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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후에나 수주가 일감...조선, 당장은 혹독한 '보릿고개'

[회복 문턱에 선 조선]②몸집줄여 '건조 공백기' 버티기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2017-06-18 06:00 송고 | 2017-06-18 09:19 최종수정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고정식 해양플랜트가 바지선에 실려 영국지역 북해 대륙붕으로 출항하는 모습. © News1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고정식 해양플랜트가 바지선에 실려 영국지역 북해 대륙붕으로 출항하는 모습. © News1

"당장 언제 일터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데… 올 하반기가 직원들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겁니다"

'동트기 전 가장 어둡다'는 말이 지금 조선업에서 실감난다. 업황 회복 조짐이 감지되고 있지만 당장은 일감이 없어 국내 조선사들이 도크를 폐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수주한 것이 일감으로 풀리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수주실적이 늘어도 체감은 내년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뜻으로 선박, 플랜트 인도가 끝나는 올 하반기가 최악의 보릿고개가 될 전망이다.
도크 폐쇄는 기술직 이탈과 협력업체 도산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서 조선업 시황이 회복되더라도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재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도크(선박 건조시설)는 총 11개다. 울산 조선소에 10개, 군산 조선소에 1개다. 울산 10개 도크 중 1개는 해양플랜트 전용 도크, 2개는 특수선(군함 등) 전용 도크다.

상선 건조용 도크는 군산을 포함해 8개며 이 중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 울산 4도크, 5도크가 각각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말에 군산 도크를 추가로 가동중단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상선용 도크는 5개만 남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 상선과 해양플랜트 도크 6개 중 올 하반기에 추가로 1~2개 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선, 해양플랜트, 특수선 구분 없이 총 7개 도크를 운영해왔다. 이 중 지난해 6월 자구계획에 따라 플로팅 도크(해상 도크) 2개를 매각해 현재 육상 도크 2개, 플로팅 도크 3개를 운영 중이다.

대우조선도 아직 정확하게 확정된 사항은 아니나 향후 수주사항 및 생산 일정 등을 고려해 플로팅 도크 2기를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2개사와 달리 육상도크 3개와 해상도크 5개 등 총 8개 도크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일감이 없는 도크가 1~2개 발생할 예정이다.

한 조선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수주가 늘었는데도 도크 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수주산업의 특성 때문"이라며 "보통 상선의 경우 계약을 맺고 1~2년 후 건조에 들어가기 때문에 올해 도크 가동이 중단된다는 것은 2015년 하반기와 지난해 수주를 못했다는 의미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대부분 조선소의 생산능력이 감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년까지의 '보릿고개'를 버텨야 올해 수주한 물량이 내년 하반기 혹은 내후년부터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2016.5.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2016.5.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현대重·대우조선, '양날의 검' 해양플랜트 리스크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일감도 부족하다. 막대한 자재가 들어가는 해양플랜트는 필요 인력 또한 많이 필요해 지역 고용에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해양플랜트 일감이 떨어지는 순간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건조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3기 중 2기를 다음달 인도할 예정이다. 남은 해양플랜트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해상플랫폼이 유일하다.

지난달 말 기준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총 3만5000명이다. 회사 직영(본사)이 1만6000명, 협력사 직원들이 각각 2만1000명 수준이다.

이 중 해양플랜트사업부에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약 7800명(직영 2800명, 협력사 5000명)이다. 이미 지난해 말 1만1067명 대비 약 30% 감소했다. 여기에 회사측은 다음달 말부터 해양 사업부 필요 인원을 6135명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669명까지 줄어든다.

대우조선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은 총 11기로, 원유 혹은 가스 생산설비가 3기, 나머지 8척은 드릴십(시추선)이다. 그중 올해 인도 예정인 물량은 생산설비 2기와 드릴십 2척이다. 내년 남은 해양 부문 물량은 총 7기며, 이미 완성된 '소난골 드릴십' 2척를 빼면 남은 물량은 5기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건조에 종사하는 인원은 총 1만1500명(직영 2500명, 협력사 9000명) 수준이다. 그중 직접 생산에 종사하는 인원은 9000명이다. 해양플랜트 수주를 못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말에는 관련 생산인원을 절반 수준까지 줄여야 한다.

삼성중공업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4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고는 총 18기(시추설비 10기, 생산설비 8기)로, 올해 총 5기가 인도된다. 해양플랜트는 선박과 달리 설계 기간이 길어 최소 2년 후에야 본격적인 공정에 들어간다.

또다른 조선소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유휴인력이 발생할 것"이라며 "삼성중공업 또한 현재 해양플랜트 종사 인원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쳐 대규모 실업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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