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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총선 후 고개드는 '소프트 브렉시트'론

여권도 반발…야권과 '비밀회동' 맞손까지
보수당 하원회의서 사과…"당내 의견 수렴"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7-06-13 15:29 송고 | 2017-06-13 15:45 최종수정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스1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스1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강하게 주장해 온 '하드 브렉시트'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사실상 참패한 틈을 타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하드 브렉시트 흔들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 브렉시트란 EU 단일시장·관세동맹을 완전히 탈퇴하고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구하겠다는 주장이다. 

◇여야 반발 '고개'…연정 부담도 첩첩산중

12일 텔레그래프 등 주요 매체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EU 단일시장·관세동맹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가 힘을 얻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각 정당 의원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특히 집권당인 보수당 내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날 보수당의 스코틀랜드 지부 수장인 루스 데이비드슨은 메이 총리가 참석한 보수당 하원의원 회의 '1922 위원회'에서 "정부는 영국의 경제적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보다 완화된(softer) 브렉시트를 주장했다. 그동안 이민자 유입 제한을 우선하며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을 주장해 온 메이 총리의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데이비드슨 대표는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주장했던 인물로, 영국의 EU 탈퇴시 스코틀랜드가 받을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보수당이 스코틀랜드에서 하원의석 13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데이비드슨 대표의 발언은 메이 총리 입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요구다. 

메이 총리의 내각 관료들이 막후에서 소프트 브렉시트를 위해 제1야당인 노동당과 손을 잡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은 메이 총리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노동당 의원들과 비밀리에 접촉중이다. 

메이 총리가 연정을 추진 중인 북아일랜드의 민주통합당(DUP) 역시 하드 브렉시트 반대 성향이다. 과반까지 8석이 부족한 보수당으로선 총선에서 10석을 확보한 DUP와의 협력이 있어야만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더 나가 브렉시트 협상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니콜라 스터전 SNP 대표는 이날 조기총선 결과 그 어느 정당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초당적·전 정부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터전 대표는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 계획은 거절당했다"며 "우리는 브렉시트 협상이 보수당 또는 노동당의 무능으로 인질이 되는 것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왼쪽)과 메이 총리.© AFP=뉴스1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왼쪽)과 메이 총리.© AFP=뉴스1

◇브렉시트 완화되면 英정부·금융계는?

각 정당들이 하드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파장이다. 더타임스 등은 하드 브렉시트로 EU를 떠난 이후 영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로 들어간다면 국내총생산(GDP) 및 정부 수입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며, 이에 따라 정부가 매년 감당해야 할 구멍만도 660억파운드(91조56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금융권의 불안감도 컸다. 영국은 현재 EU 회원국과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가능케 하는 '패스포트 권리'를 갖고 있는데, 하드 브렉시트 이후에는 이 권리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 글로벌 은행들은 이에 대비해 EU내 타국 이전 등 자체 계획을 수립해 왔다. 수천개의 일자리가 영국에서 사라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EU 집행위원회(EC)는 13일 브렉시트 이후 유로화 청산거래소와 관련한 규제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초안에는 유로화 청산거래 허브로서 영국의 지위를 부정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국내선 협상 암시…국외선 佛 잡기

메이 총리도 이날 협상 가능성을 암시했다. 메이 총리는 1922 위원회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와 함께, 보수당 내 의견 수렴 의지를 밝혔다. 

메이 총리는 "내가 우리를 이 혼란 속으로 끌어들였고, 우리를 (혼란의) 밖으로 데리고 나갈 것"이라며 "당의 모든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당초 19일 예정됐던 브렉시트 협상 일정은 현재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 장관의 측근인 올리버 로빈스는 전날 미셸 바니에르 EU 브렉시트 협상 위원과 만남을 가졌으나 협상 일정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메이 총리는 13일 DUP 지도부와 연정 회담을 마친 직후 프랑스 파리를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국내에선 총리로서 입지를 다짐과 동시에 브렉시트 협상 전까지 EU의 주축인 프랑스와 우호 관계를 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친(親) EU 성향으로 브렉시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정상은 지난달 말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한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서로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G7 정상회담에서 마주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메이 총리. © AFP=뉴스1
지난달 26일(현지시간) G7 정상회담에서 마주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메이 총리.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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