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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폐지 이어 국립대 총장 직선제도 부활 조짐

적폐청산 공약 중 하나…교육부 결단만 내리면 돼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7-06-11 09:01 송고
현재 국립대 중 유일하게 직선제로 총장후보를 선출했던 부산대 제20대 총장 선거 당시 개표 모습.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현재 국립대 중 유일하게 직선제로 총장후보를 선출했던 부산대 제20대 총장 선거 당시 개표 모습.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조만간 국정과제 초안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국립대 총장 직선제 부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립대 총장 선출 제도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분야 적폐청산 공약 가운데 하나이다.

적폐청산 공약 중 하나였던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는 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업무지시를 내리면서 검정교과서 체제로 복귀했다. 국정교과서와 달리 국립대 총장 직선제 부활은 법령 개정 없이 교육부가 결단만 내리면 된다. 새로 취임하는 교육부장관이 의지만 있다면 해결되는 셈이다.
11일 교육부와 대선 당시 캠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립대 총장 직선제 부활은 시간 문제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적폐청산의 하나로 '국립대학 총장 선출에 있어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권 보장'을 공약했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국립대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총장후보를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의미이다.

국립대 총장 선출은 지금도 법령상으로는 대학 자율이다. 교육공무원법 24조는 국립대가 총장 후보를 선출할 때 '대학 교원이 합의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선출하거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 교원이 합의한 방식과 절차는 직선제를 말한다. 추천위원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은 간선제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2011년 8월 국립대 선진화 방안(시안)을 발표한 이후 총장 직선제 폐지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하면서 간선제 방식을 강요해왔다. 국립대 선진화 방안 시안 발표 이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는 별도로 국립대만 따로 평가해 구조개혁 중점추전 국립대학을 지정하는 수단도 들고나왔다.
직선제를 고수한 국립대는 2012년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당시 총장 직선제를 고수한 5개 국립대 가운데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전북대가 유일했다. 대신 지원금은 전년 46억원에서 14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목포·부산·전남·전북대도 그해 8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 선정을 앞두고 학칙을 개정해 직선제를 폐지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교육부는 지방대 특성화 사업이나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을 선정하면서 '대학 거버넌스 혁신' '대학 거버넌스 선진화'와 같은 평가지표를 통해 '총장 직선제 개선'을 유도했다. 학칙뿐 아니라 관련된 자체 규정에서도 직선제 요소를 완전히 없애라는 요구였다.

정부가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인 명분은 학내 정치화로 인한 폐단이었다. 과열선거, 학내 정치화 및 파벌에 따른 교육·연구 분위기 훼손,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 비효율, 선거 과정에서 지지해준 교수의 이해관계로 대학 행정과 장기 발전계획 마련이 곤란해지는 점 등을 총장 직선제의 폐해로 꼽았다.

하지만 간선제 전환 이후에도 부작용은 여전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교육부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총장후보를 선출했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공주대와 한국방송통신대는 3년 넘게 총장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체육대는 네 차례나 임용제청이 거부된 끝에 체육계와 관계 없는 친박 정치인 출신 총장이 임명되기도 했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으면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하는, 사실상 '임명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급기야 2015년 8월에는 부산대에서 한 교수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후 부산대는 국립대 중 유일하게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전환해 총장후보를 선출했다.

최근 들어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와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하는 강도는 다소 완화된 상태이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올해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부대의견을 달면서다.

국회는 당시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과 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하는 방식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늦어도 2019년까지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를 압박하는 지금의 방식은 사리지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올해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으로 변경) 선정에서는 가산점을 기존 3점에서 1점으로 축소했다. 국립대학혁신지원(PoINT)에서도 100점 만점에 5점이었던 가산점이 200점 만점에 3점으로 완화됐다.

사업 선정 이후 총장 직선제로 회귀할 때 삭감하던 지원금 규모도 다소 축소했다. 포인트사업의 경우 기존에는 사업비의 30%를 삭감했으나 올해는 20%로 삭감 규모를 줄였다. 대학자율역량강화사업에서도 기존 25%에서 10%로 삭감 규모를 축소했다.   

하지만 새로 교육부장관이 임명되면 재정지원사업과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을 연계하는 정책은 국정 역사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곧바로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운영을 정상화하는 적폐청산 과제로 대선 공약집에도 못박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캠프에서 교육공약을 만들었던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문구는 '대학 구성원 자율권 보장'이라고 했지만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를 강요하는 정책을 당장 폐지한다는 기본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라며 "법령 개정이나 행정지침도 필요 없고 새 교육부장관이 와서 결정만 내리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도 법령상으로는 두 가지 다 할 수 있지만 재정지원사업이라는 정책수단을 사용해 간선제를 유도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부대의견에 따라 정책 유도가 제약을 받고 있고 공약에도 포함되어 있으니 그 부분은 해소를 하는데, 구체적 방안이나 시기는 국정과제가 어떻게 수립되느냐에 따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대 총장선출 방식에 대한 교육부 입장 정리는 눈 앞에 닥친 문제이기도 하다. 내년 2월이면 군산대와 목포대, 제주대, 한국교통대 총장 임기가 끝난다. 올해 말까지는 새 총장후보를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제주대는 오는 19~20일 차기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해 구성원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밭대(2018년 7월) 충북대(2018년 8월) 전북대(2018년 12월)도 내년에 총장 임기가 끝난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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