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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한데가 없다" 日 첨단화학사들 투자러시

원료조달 용이·中가까워…고부가소재에 대한 수요도 '풍부'
정부·지자체, 日투자유치 적극…저렴한 전기료도 '한 몫'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17-06-11 06:00 송고 | 2017-06-12 11:03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일본의 정밀화학업체인 스미토모세이카는 최근 한국 여수의 고흡수성수지(SAP) 생산공장의 생산능력을 두배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80억엔(820억원)이 투입되며 생산능력은 11만8000톤에서 24만톤가량으로 늘어난다. 올 여름께 착공해 2018년 12월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자해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 SAP공장을 지은 스미토모세이카는 가동률이 100%를 나타내자 증설을 결정했다. SAP는 유아 및 성인용 기저귀, 여성용품, 전선 방수제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스미토모가 LG와 합작한 LG MMA 역시 2019년 상반기까지 전남 여수공장에 1290억원을 투자해 MMA(메틸메타크릴레이트) 8만톤을 증설하기로 했다. 일본 미쓰이화학이 금호석유화학과 50대50으로 합작하고 있는 금호미쓰이화학도 올해 4분기에 주력제품인 MDI(폴리우레탄 원료) 10만톤 증설을 앞두고 있다.

◇인근 화학기업서 원료조달 쉽고, 中시장 가까워 투자↑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이 최근 화학제품의 생산기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투자러시를 이루고 있다.
주로 전자, 자동차 등 한국이 경쟁우위에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내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있거나 중국 수출 가능성이 높은 첨단품목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공급측면에서는 대형 화학기업들이 인근에 있어 원재료 조달이 용이하고 화학제품 원가의 10%이상을 차지하는 전기료가 일본에 비해 싸다는 점 등이 매력으로 인식된다. 여기다 제도적으로 정부와 각 지자체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혜택을주고 있는 점도 일본 첨단 화학업체를 끌어들이는 유인이 되고 있다.

일본기업이 단독 혹은 합작사 형태로 세운 위 공장들은 여수산단에 위치하고 있다. 여수산단에는 LG화학, 금호석화 외에도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한국의 대형 화학기업들이 위치해 있어 제품생산을 위한 기초유분 수급이 용이하다. 또한 여수는 중국시장 등 주요 수요처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스미토모세이카는 SAP 생산을 위한 원료 아크릴산을 같은 여수산단 내의 LG화학으로부터 조달한다. 또한 SAP은 기저귀에서 흡수를 담당하는 화학제품인데 여수는 급성장하고 있는 기저귀시장 중국과도 가까워 운송비가 절감된다.

중국의 SAP 수요는 2011년 23만톤 수준에서 지난해 37만톤으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스미토모세이카가 생산한 SAP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금호미쓰이가 생산하는 MDI는 중국으로 향하는 물량이 한 때 연간 수출량의 50%를 차지하기도 했다. MMA는 전자부품과 페인트, 인조대리석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소재인데 중국의 수요확대가 꾸준해 수출물량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日에 비해 저렴한 전기료 매력…도레이 탄소섬유 등에 5조 투자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2015년 말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MWh당)은 94.9달러로 일본(162.0달러)에 비해 싸다. 전기료는 화학제품 원가의 8~10%, 제품에 따라선 30%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탄소섬유는 생산에 전기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전기요금 수준이 비용면에서 경쟁력 요인으로 꼽힌다.

이분야 대표적인 기업이 일본 도레이 그룹이다. 1963년 당시 '한국나일론'이었던 코오롱과의 제휴로 처음 한국에 진출한 도레이는 삼성 등과 합작사업을 벌이며 성장해왔다. 이후 100%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를 비롯해 웅진케미칼 인수해 사명을 바꾼 '도레이케미칼'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일본 도레이그룹은 2030년까지 5조원을 한국에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해 4250억원을 투자해 2021년까지 구미4공장을 짓고 탄소섬유복합재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단지 내에 들어설 군산공장에도 총 3000억원을 투입해 PPS수지를 생산하기로 했다.

탄소섬유는 자동차, 항공기 동체 등에 쓰이는 신소재다. 무게는 철의 4분의1 수준이지만 강도는 강도는 10배 이상이며 잘 녹슬지 않는 특징이 있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수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PPS수지는 가벼우면서도 금속만큼 물성이 단단해 자동차, 전기·전자부품 등에서 활용되는 고부가소재다. 

◇정부·지자체의 투자유치도 한 몫…'韓 우위' 배터리·디스플레이도 투자

정부는 도레이 구미4공장 유치 시 첨단기술 보유기업으로 지정해 토지를 50년간 무상 임대하고 지방세와 법인세를 감면해줬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일본 본사로 직접 날아가 투자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일본기업의 한국 투자는 한국이 경쟁우위에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분야에도 이뤄지고 있다.

도레이BSF는 지난 1월 구미시와 리튬이차전지 분리막 신규 라인 증설에 관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증설에는 약 839억원이 투자된다.

스미토모화학도 대구공장에 200억엔(약 2030억원)을 투자해 리튬이온배터리 발화를 막아주는 '세퍼레이터(절연재)' 생산능력을 4배(연간 4억㎡)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 3월에도 경기도 평택공장에 150억엔(약 1540억원)을 투자, 필름 기반의 터치스크린패널(TSP) 생산 능력을 3배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필름 TSP는 화면이 휘어진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서 터치 입력을 구현하는 부품이다.

도레이BSF와 스미토모화학이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는 LG화학, 삼성SDI같은 세계 선두권 배터리업계로, 스미토모화학이 생산한 TSP는 삼성디스플레이를 거쳐 삼성전자에 공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전자·배터리·자동차 등에서 강국으로 올라서며 첨단소재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며 "소재강국인 일본 화학기업들이 한국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레이첨단소재 PPS군산공장 전경 © News1
도레이첨단소재 PPS군산공장 전경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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