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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 실존인물?…다시 주목받는 천경자의 '길례언니'

케이옥션, 6월 경매서 1982년작 '길례언니' 출품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6-06 13:52 송고
케이옥션 6월 경매에 추정가 6억7000만~12억원에 출품된 1982년작 '길례언니'(46×34cm, 왼쪽)와, 2013~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명화를 만나다 :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전시에 출품됐던 1973년작 '길례언니'(33.4x29cm). © News1
케이옥션 6월 경매에 추정가 6억7000만~12억원에 출품된 1982년작 '길례언니'(46×34cm, 왼쪽)와, 2013~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명화를 만나다 :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전시에 출품됐던 1973년작 '길례언니'(33.4x29cm). © News1

고(故) 천경자 화백(1924-2015)에게 '길례언니'는 어떤 의미일까.

케이옥션(대표 이상규)이 오는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개최하는 6월 경매에 고 천경자 화백의 1982년작 '길례언니'가 추정가 6억7000만~12억원에 출품됐다.
이는 2013~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전시에 출품됐던 1973년작 '길례언니'와는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1973년작 길례언니가 맑은 눈망울에 순진한 처녀의 모습이라면, 1982년작 길례언니는 좀 더 이국적이고 강렬한 눈매에 깊은 슬픔이 엿보이는 여인의 모습이다.

길례언니는 천 화백의 작품 속에서 이상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때에는 실존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천 화백은 1973년 '길례언니'를 완성하고 자신의 수필에서 "금세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순결한 눈망울, 뾰로통한 처녀 특유의 표정이 매혹적이었던 언니, 집이 가난해 소록도의 간호부가 돼 동생들 공부를 돌봐 주었고, 그러면서도 누구보다도 유행에 민감했던 멋쟁이 길례언니"라고 썼다. 세련된 외모의 부잣집 아가씨같은 모습을 한 길례언니가 실은 소록도의 간호부를 그린 것이라는 점 때문에 애틋함을 더했다.  

이후 천 화백은 또 다른 수필에서 "어린 시절 어느 여름 축제날 노란 원피스에 하얀 챙이 달린 모자를 쓴 여인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직접 붙인 이름과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길례언니는 국적, 나이도 불분명한, 화가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 숨 쉬는 아가씨일 뿐"이라고 밝혔다. 길례언니가 실은 허구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변종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관장은 "천 화백은 어릴 적 우연히 봤던 여성을 자신의 삶 속에 끌어들여 실존 인물처럼 생명력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작가 스스로 이야기의 진실을 밝혔지만, 여전히 길례언니를 실존인물로 아는 사람이 많다. 애틋한 소록도 이야기를 거짓으로 받아들이기 싫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옥션 측은 "길례언니는 국적이나 나이가 불분명한 인물'"이라며 이번 경매에 출품한 '길례언니'에 대해 "정면을 뚜렷하게 응시하고 있는 커다란 두 눈, 그녀의 곁에서 멋있게 곡면을 이루고 있는 안개꽃, 긴 갈색 머리와 흰 모자, 그리고 이것을 받아 주는 누런 의상의 인물상에서 외로움과 고독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982년작 '모자를 쓴 여인' © News1
1982년작 '모자를 쓴 여인' © News1


1973년작 길례언니와 비슷한 포즈의 여인을 그린 1982년작 '모자를 쓴 여인'도 있다. 이 작품은 옷 색깔이 좀 더 진하고 눈매는 1982년작 길례언니와 비슷하지만 모자를 쓴 채 오른손으로 턱을 살포시 괴고 있는 모습이 1973년작 길례언니와 유사해 자주 혼동되기도 한다.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연 '천경자 1주기 추모전'의 전시 도록에 '천경자의 삶과 회화예술-마녀가 내뿜는 색채미와 프리미티비즘'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이태호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는 "'길례언니'(1973, 개인소장) 스타일은 반복해서 그려졌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박함, 깨끗함, 청순함 같은 조용한 요조숙녀 인상을 길례언니 연작으로 표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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