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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임직원 '회계열공' 하는 까닭은?

제빵사업은 '쩐의 전쟁'…원가관리는 생존에 필수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2017-06-01 07:40 송고 | 2017-06-01 09:00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SPC그룹 임원들은 최근 회계 공부에 한창이다. 기존에 그룹 차원에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회계 교육이 한층 강화되면서다.

SPC그룹은 임원급을 대상으로 '리더에게 필요한 전략적 관리회계'라는 제목의 책까지 배포하며 '열공'을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상반기에 진행하는 회계교육만 세차례다. 회계사를 강사로 초빙한 전문적인 교육 강좌도 열었다. 원가개념, 제품원가 및 원가관리방법 등이 강의 주제다. 최근엔 사장단, 본부장 등 임원은 물론 승급을 앞둔 부장단까지 회계가 업무에 이어 제2의 화두로 떠올랐다는 게 SPC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빵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 SPC그룹이 제빵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회계에 푹 빠지게 된 이유는 있다. 제빵사업을 운영할 때 원가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해 관리자들이 늘 '숫자'를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다.

제빵 분야는 소비자와 밀접해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진입장벽도 낮아 다양한 업체들이 진출해 있어 가격경쟁도 치열하다. 빵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원가를 절감하는 게 관건으로 떠오른 이유다.
이를테면 빵이 500개 팔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300개만 팔렸다면 나머지 200개는 오롯이 '손해'로 남는다. 애초에 300개를 팔더라도 200개 손해를 감수할 수 있도록 이윤을 남기거나 남은 200개의 빵을 어떻게든 판매해야 한다.

빵을 적게 만들면 이익도 그만큼 적다. 그렇다고 빵을 너무 많이 만들면 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질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제빵사업을 두고 '쩐의 전쟁'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1000원짜리 빵 하나를 팔더라도 이익률과 재고물량, 판매관리비 등 회계장부에 등장하는 각종 항목을 많게는 소수점 자리까지 계산해야 목표로 했던 수익을 겨우 손에 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회계교육은 직군에 상관없이 SPC그룹 직원이라면 기초적인 회계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허영인 회장의 주문에서 비롯됐다.

SPC그룹 내부 관계자는 "허 회장은 지원부서는 물론 영업부서 직원들에게 회계의 '원가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이 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회계를 교육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1983년이다. 당시 SPC그룹의 전신인 샤니 대표를 맡으며 경영에 뛰어든 허 회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계 교육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계는 재무담당 부서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시도다.

SPC그룹 도약의 발판이 된 파리크라상의 성공도 허 회장의 '원가 마인드'가 있기에 가능했다. 1986년 파리크라상은 다른 빵집 프랜차이즈와 달리 매장에서 빵을 직접 굽는 방식을 사용해 재고의 부담을 낮췄다. 고객에게는 갓 구워낸 신선한 빵을 판매하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업계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제빵 프랜차이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자 원가절감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SPC그룹 내에서 회계 교육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될 전망이다.

SPC그룹 측은 "각종 먹거리가 시장에 속속 등장해 경쟁이 더욱 달아오르면서 회계 공부는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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