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고교학점제'로 교실 어떻게 달라질까…해결 과제는?

선택과목 폭 넓힌 서울한서고, 문·이과 장벽 없애
교원수급 문제 당면 과제…"평가 부담도 덜어야"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2017-05-27 07:00 송고
서울한서고 2학년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해 한국지리 수업을 듣고 있다.© News1
서울한서고 2학년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해 한국지리 수업을 듣고 있다.© News1
지난 2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서고 2학년 학생들은 교실을 옮겨 수업을 받았다. 한서고는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문과 학생이 물리 수업을 듣거나, 이과 학생이 한국지리 수업을 듣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사를 꿈꾸는 한서고 2학년 변미연양은 이 학교 교양과정으로 개설된 '교육학' 수업을 듣는다. 교육학 수업은 교사가 강의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발표 위주로 진행된다. 변양은 교과서로 이론을 공부하는 것 보다 사례조사와 발표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했다. 지난 수업에서 동양과 서양의 교육을 비교해 학생들 앞에서 발표했다.
같은 학교 2학년 조재현군은 교양과정으로 '철학'을 선택했다. 이 수업 역시 발표와 토론 위주 수업이다. 조군은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발표하는 수업에서 정의와 책임을 이야기했다"며 "정의가 바로서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눈으로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선택과목 비슷한 학생끼리 반편성…학생·학부모 설명회도

한서고는 지난해 2학기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 시범학교로 선정돼 올해부터 이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은 국·영·수 위주의 기존 수업 이외에 다양한 선택과목을 운영한다. 학생들의 수요조사를 통해 개설 과목을 확정하고, 이동 수업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과목을 기준으로 반편성이 이뤄진다.

이 학교는 선택과목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도 연다. 각 선택과목의 내용과 진로 연관성을 안내하는 것이다.

남상일 한서고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60여개 정도 있다"며 "선택과목 수요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개설을 요구한 과목의 경우 수업이 가능한 교사를 파악해 가급적이면 개설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한서고는 매년 2학기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국제경제' 수업도 실시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수업이 서울지역 전체 학생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라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 경제과목을 담당하는 장만진 교사는 "국제경제는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 과목이기 때문에 수업 참여도가 높다"며 "초기에 상대평가로 진행하니 수업을 중도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겨서, 올해부터는 과제물 제출 등으로 평가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한서고가 실시하는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 도입의 발판이 되는 제도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 필수 교과를 최소화하고, 고등학생들도 대학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강좌를 신청해 수업을 듣는 '학점제'를 가리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적성 개발을 위한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2일 고교학점제 현장 안착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하고, 고교 학점제 추진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고교 학점제 안착위해 교사 수급문제 해결해야"

하지만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학교 차원에서는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고 싶어도 교원 수급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김종희 한서고 교감은 "학령인구 감소로 학급 감축 정책이 추진되다 보니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1개 학급을 줄이면 평균적으로 교사가 2명 떠나게 되는데, 선택과목을 늘리고 싶어도 교사 수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택과목 개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특정 학교에서 수업을 개설하면 인근학교 학생들이 이동해 다 같이 수업을 받는 '연합형 교육과정'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문제 등을 학교 측이 염려하고 있다.

남 교장은 "이 학교 학생이 다른 학교로 가서 수업을 받다가 혹여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든다"며 "학생 생활지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제도는 운영하기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수업의 다양화는 좋지만, 실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시험과 평가 부담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한서고 2학년 현성현양은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문과 학생의 경우 10과목을, 이과 학생의 경우 9과목의 성적을 관리해야 한다"며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지만 시험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 교감은 "수업이 다양해지면서 학생들이 평가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대학에서 학생들의 성적보다는 해당 과목을 왜 선택했는지, 또 어떤 것을 배웠는지 고려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교육전문가들은 내신과 대학입시의 평가방식에 변화가 없다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고교 학점제가 지금의 입시제도와 맞물리면 무너지게 돼있다"며 "수능이 중요한 상황에서 과목 선택권을 줄 경우 기존 주요과목만 듣거나 흥미 위주의 수업만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공부 잘 하는 소수 학생이 몰리는 과목의 경우 내신이 불리해져 기피 과목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수능을 자격고사화해 대학 입시부담을 덜어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빈 서울교육연구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수능의 절대평가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내신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면 대학 입시의 변별력이 사라질 수 있다"며 "내신의 경우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한 상대평가를 실시한다면, 내신 성적 부풀리기 등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hjkim91@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