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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독점권한 분산이 핵심…경찰은 믿을만 한가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5-27 07:00 송고
26일 부산경찰청에서 경찰 인권위원, 인권담당 경찰관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인권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부신지방경찰청 제공)© News1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임 이후 공약사항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본격적인 검찰개혁을 위한 준비 수순에 접어들었다.

다수 전문가들은 검찰 부패의 원인을 형사사법절차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데서 찾는다. 문재인 정부 역시 검찰부패의 원인을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독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을 통해 검찰권을 견제하려는 방식의 개혁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래 전부터 수사권 독립을 외치던 경찰이 뜻밖의 수혜를 입게 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민 사회 일각에서는 검찰 개혁을 위해 경찰의 권한을 확대시키는 것이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주요 근거는 인권 침해 가능성이다.

일제 강점기 때 절정에 달했던 경찰의 인권침해적인 수사행태와 해방 이후에도 계속돼 왔던 경찰권의 남용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경찰 수사권 독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검찰의 부패와 비리 사건은 자연스레 또 다른 형사사법기관인 경찰로 눈을 돌리게 한다.
검찰권 견제를 위해 경찰 권한을 강화하자니 막상 경찰이 막강해진 권한을 남용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다. 시민사회는 검찰개혁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내면서도 경찰의 권한 강황에는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이렇게 개혁의 딜레마가 시작됐다.

◇ 인권경찰 … "단기간 내 해결되는 문제 아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조 수석은 "경찰의 경우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염원을 피력하고 있다"며 "민정수석실에서는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지 경찰 단계에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수사권 독립을 하려면 먼저 수사 대상이 되는 국민들의 인권에 대한 의식부터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이는 검찰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한 시민사회의 우려 섞인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의 발언 이후 경찰은 집회 시위에서 물대포와 살수차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형사공공변호인(Public Defender)'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등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찰의 인권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내에 경찰 구성원들의 인권의식을 제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법무법인 이공 변호사)은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하는 등 조사대상을 윽박지르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는 진술위주 수사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률지식이라든지 신문 스킬 등 수사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내부 교육 시스템이라든지 전문수사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변호사 자격을 가진 전문수사관 제도 도입 등의 대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법률 지식을 잘 안다고 해서 꼭 수사를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기존 경찰관들을 재교육 하는 문제 등이 남게 되는데 이를 통해 단기간에 경찰의 인권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라고 덧붙였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가 낮은 편"이라며 "경찰도 이번 기회에 국민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찰들에게 주기적이고 체계적인 연수 및 교육을 하고 인권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전향적 교육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교육이라는 게 그 효과가 단기간에 나오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 검찰개혁 최적 타이밍 정권초기 … '인권경찰' 기다릴 여유 없어 문제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다수 전문가들은 검찰 개혁의 시급함과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최적 타이밍이 정권 출범 초기라는 사실을 인식한 발언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검찰을 개혁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검찰권 분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실상 검찰의 주요한 권한인 수사권을 이양 받을 경찰이 먼저 개혁될 필요가 있다는데 있다. 경찰이 수사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게 하려면 경찰조직이 '수사 개시권'과 '수사 종결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가 쌓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경우 검찰개혁이 가능한 타이밍을 놓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준비되지 않은 경찰에게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통째로 내어주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수 시민사회 단체들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국회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론이 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은 "경찰이 수사능력을 어떻게 제고하고 전문성을 확보할지 또 경찰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로드맵과 구체적 실행의지를 보여준다면 국회가 이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든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검찰개혁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에 경찰이 국민 인권보장 방안 등을 제도화 하는 노력 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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