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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성할례 처벌강화' 급물살…관련법 줄줄이 발의

미네소타·미시건·텍사스 등 법안 추진
이슬람 오해·反이민 정서 악화 지적도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7-05-26 15:47 송고
지난 2월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고론탈로 주에서 한 여아가 할례 시술을 받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AFP=뉴스1
지난 2월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고론탈로 주에서 한 여아가 할례 시술을 받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AFP=뉴스1

미국에서 여성 할례를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주로 아프리카 등지에서 종교적·관습적으로 행해지는 여성 할례는 여성 성기의 일부분을 절단하거나 질 입구를 봉합하는 행위로, 여성의 성(性)을 통제하거나 순결을 강요하기 위해 행해진다. 미국은 이를 연방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논의는 지난달 미시건 주(州) 의사 3명이 할례 시술 혐의로 연방검찰에 붙잡히며 촉발됐다. 이들은 2명의 어린 미네소타 주 소녀들에게 시술을 해 기소됐으며, 할례를 연방법으로 금지한 이후 재판을 받는 첫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1994년부터 주 정부 차원에서 할례를 금지해 온 미네소타는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 통과를 논의 중이다. 앞서 피해를 입은 소녀들 중 1명의 아버지는 할례 시술에 공모한 뒤 처벌을 받았으나, 72시간 만에 양육권을 회복했다.

가벼운 처벌이 논란이 되면서 미네소타 주 하원은 지난 15일 124대 4로 새 법안을 통과시켰다. 매리 프랜슨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법안 통과를 결심하게 됐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자녀를 이런 식으로 해한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인 주는 할례에 찬성한 부모에게 최대 10년형을 구형하도록 했다. 미시건 주는 최대 15년형 구형 가능한 법안을 지난 17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텍사스 상원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이달 만장일치로 주 의회를 통과했다. 이곳에서는 여성 할례를 하기 위해 다른 지역을 찾거나, 이를 도운 사람까지 처벌한다. 

하지만 입법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성 할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반(反)이민·반이슬람 정서를 일으키며,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미국 내 극우 온라인 사이트와 매체들은 그동안 여성 할례가 이슬람교에서 성행한다는 인식을 퍼뜨렸다. 하지만 여성 할례가 이뤄지는 지역은 대부분 소말리아·에티오피아·수단과 같은 아프리카 지역이다.

대부분의 무슬림 국가들은 여성 할례를 비판해 왔으며, 이슬람 성전인 '쿠란' 어디에도 할례에 대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이집트의 수니파 무프티(종교최도지도자)는 2007년 할례를 금지하는 파트와(이슬람법에 따른 결정)를 내렸고,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는 2009년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이 사태를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법으로 부모의 양육권이 주 정부에 넘어갈 경우, 미국 시민이 아닌 아이가 본국으로 추방당할 확률이 높아져서다. 

여성 할례를 반대해 온 활동가들은 입법안을 반기면서도 근본적인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린 시절 감비아에서 할례 시술을 당한 뒤 시민단체 '세이프 핸즈 포 걸스'를 설립한 자하 두쿠레는 "우리는 처벌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놓치고 있는 더 큰 그림이 있다"며 교육과 원조를 통해 할례 시술 자체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30개국에서 2억명이 넘는 여성과 어린 소녀들이 할례를 경험했다. 미국의 질병관리예방센터는 이민자 수치 등을 근거로 약 51만3000명의 미국 여성들이 할례를 경험했거나, 시술 위험에 처했다고 추산한다. 

지난 2월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고론탈로 주에서 한 여아가 할례 시술을 받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AFP=뉴스1
지난 2월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고론탈로 주에서 한 여아가 할례 시술을 받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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