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FP=뉴스1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점차 강화되면서 북한의 전통 우방국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역할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북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아세안 국가가 동시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는 작전이 펼쳐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미국내 북한 전문가 시나 그레이텐스 미주리대 정치학 부교수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중국을 넘어 이제는 필리핀 등 아세안 주요 국가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회원국 10개국은 모두 북한과 수교 관계를 맺고 있다. 평양에 대사관이나 대표부를 둔 국가도 베트남, 라오스 등을 비롯해 5개국에 달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전통 우방국에서 무기 거래 및 외화벌이 활동을 벌인다는 의혹 등이 줄곧 제기됐다.

그레이텐스는 대북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북한과 교역량이 큰 필리핀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지난 4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직접 대북 제재의 도움을 요청했었다. 

세계무역기구(WTO)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필리핀은 중국, 인도에 이은 제3의 교역 국가다. 전체 무역량은 8700만 달러(974억 1390만원)로 러시아(7600만 달러)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그레이텐스 교수는 북한이 해외에서 벌인 주요 불법 활동 중 다수가 필리핀에서 포착됐다면서 이 같은 활동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만으로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시사했다.

1989년 필리핀 중앙은행은 1000억 달러(111조 9800억원) 규모의 북한 수퍼노트 (초정밀 위조 지폐)를 적발했다. 2001년, 2008년, 2012~2013년에는 각각 마약을 실은 북한 선박이 필리핀에서 붙잡혔다. 2016년엔 북한 해커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벌여 탈취한 8100만 달러(906억 9570만원)를 필리핀 내 계정으로 송금한 것이 발각됐다. 
 
그레이텐스 교수는 무엇보다 중국이 대북 압박 기조로 들어서는 현 시점에서 아세안 국가의 동시적인 대북 압박 참여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분석한다.

그는 "북한이 동남아 인접국을 중국의 대체 수입원으로 여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압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북한이 다른 대안을 찾을 시간이 없게끔 동시에 북한 고립이 실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더 늦기 전에 필리핀·베트남 등 전통 우방국을 강력한 제재 이행국으로 변화케 하는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레이스텐스에 따르면 그간 북한의 무기 거래에 연루돼 제재를 받은 개인과 기업은 이란과 비교하면 4분의 1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이마져도 대상이 북한인에 집중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미 정부도 한반도 문제에서 아세안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보인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달 4일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이 외교적 채널을 통해 핵과 미사일과 관련한 이득을 취해선 안 된다며 돈줄 차단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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