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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노무현 정권과는 어떻게 다를까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5-16 09:00 송고 | 2017-05-16 11:00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차담회를 하기 위해 본관을 나서 경내 소공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7.5.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대적인 검찰개혁을 예고함에 따라 청와대와 검찰의 치열한 '수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양측 모두 검찰개혁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진검승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안은 십여 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 방안과 일치한다. 두 대통령 모두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검찰개혁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개혁의 칼날 피하는 검찰의 노하우…우회→조직적 저항→ ?

검찰은 20여 년 전부터 수차례 개혁의 칼날 앞에 섰지만 결과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개혁의 파고가 높아질 때마다 검찰은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아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를 모면해왔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법무부, 검찰에 대한 민간의 경영진단 시스템을 통한 진단을 실시하고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등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 내는 소위 '박수 받는 수사'를 통해 검찰개혁 여론을 잠재웠다. 김대중 정권 당시 법무부와 검찰의 검찰개혁에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회'와 '지연'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김대중 정부의 검찰개혁은 역대 최고의 법조비리 사건으로 꼽히는 '의정부 법조비리'와 '대전 법조비리' 사건을 동력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검찰은 현직 판검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중징계로 비판 여론을 잠재웠다. 대전 법조비리에 연루된 당시 심재륜 대구고검장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의 동반 퇴진을 요구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상희 교수는 당시 검찰의 '우회·지연' 전략 때문에 김대중 정권이 검찰개혁의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조금 더 직접적이고 과감했다. 노무현 정권은 전문가들이 검찰개혁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꼽는 두 가지 △법무부의 탈검찰화(문민화)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실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민간출신의 강금실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지만 '기수 파괴 인사'라는 프레임에 갇혀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저항을 받았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검찰개혁 역시 실패로 끝났다.

한상희 교수는 검찰이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의 검찰개혁을 겪어내면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기 조직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다는 자각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칼날 앞에 선 검찰이 지난 두 번의 검찰개혁을 비껴 간 전략을 활용할 개연성이 높다고 한 교수는 진단한다.

문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과 세월호에 대한 진실규명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검찰이 두 사건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를 할 개연성도 높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윤회 사건 재수사 등은 검찰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 단초는 현재 공석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선 새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민간 출신 혹은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 뼈아픈 실패의 경험 … '반면교사' 삼을 듯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며 노 전 대통령 정권 초기 검찰개혁을 함께 추진했던 경험이 있다. 결국 실패로 끝난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의 패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나 지금이나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검찰과 대척점에 서서 검찰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법무부를 문민화해야만 한다는 대전제는 같다.  

전문가들은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가장 큰 이유를 '제도 개혁'을 하지 않은 채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려 한 것에서 찾는다. 즉 검찰을 독립시켜주면 검찰이 알아서 중립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섣부른 믿음이 화를 불렀다는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의 사후 자서전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검찰 개혁 전문가인 이헌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제도화를 하지 못한 것"이라며 "권력을 담당하는 검찰이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권력을 담당하는 검찰의 주관적 의지에만 이를 맡겼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조국 민정수석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수처를 만드느냐 마냐는 국회의 권한으로 국회가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국회가 (공수처법안이) 통과되도록 투표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조 수석의 발언은 문 대통령 측이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의 검찰개혁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다섯 명의 유력 후보 모두 검찰개혁을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걸었다. 여야 모두 검찰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검찰을 개혁할지에 대해서는 입장차이가 명확했다.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뒷받침할 법률이 존재해야 한다.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나누고 쪼개기 위한 '공수처' 설치를 위해서도 입법이 필수적이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개혁을 위한) 공수처 도입 등은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줘야 가능하다"며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하지만 검찰개혁을 위한 선결 문제 가운데 법무부장관 인사 등 법을 만들거나 바꾸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이 있고, 예상 가능한 반발 등을 청와대 측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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