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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 위에 분당’은 옛말?…보수 철옹성 무너진 듯

합리적 보수 늘고 ‘분당=강남’ 등식도 희석…젊은 유권자도 늘어

(성남=뉴스1) 김평석 기자 | 2017-05-10 13:36 송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보며 당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2017.5.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보며 당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2017.5.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경기도의 강남이라 불리는 성남 분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홍준표, 안철수 후보를 상대로 배 가까운 표차의 압승을 거두면서 이곳의 정치지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분당은 보수 정치권에서는 공천=당선이란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여권이 철옹성을 구축한 지역으로 분류돼 '천당 위에 분당'으로 불리며 후보자가 선호하는 선거구였다.   
분당지역에서 선거구가 생긴 14대 총선(1992년) 이후 진보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던 적은 2011년 4.27재·보선과 지난 20대 총선 뿐이었다.

4.27재·보선에서는 분당을에 출마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를 역임한 강재섭 후보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 ‘분당대첩’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여파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분당갑·을 모두에서 민주당 김병관·김병욱 후보가 승리하며 분당대첩을 재현하는 파란이 일어났다.  
당시 분당갑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 인재영입 2호였던 김병관 후보가 46.9%의 득표율로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를 8.2%P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분당을에서도 이곳에서 10년 가량을 고군분투했던 김병욱 후보가 39.6%의 득표율로 전하진 새누리당 후보를 8.6%P 표차로 누르고 처음으로 금뱃지를 달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하면서 더 이상 ‘이변’이나 ‘파란’이란 말을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문 대통령은 13만9853를 얻어 41.47%의 득표율로 7만1332(21.15%)를 얻은 홍준표 후보와 7만4040표(21.95%)를 얻은 안철수 후보를 배 가까운 표차로 눌렀다.

전국 평균보다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유권자 40만 3060명 가운데 33만8076명이 투표해 전국 투표율 77.2%보다 5% 가량 높은 84%의 투표율을 보인 것도 달라진 지형의 영향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미애 대표가 지난 7일 성남 분당 미금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김병욱 국회의원과 함께 문재인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News1
추미애 대표가 지난 7일 성남 분당 미금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김병욱 국회의원과 함께 문재인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News1

보수층이 두터운 이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합리적 개혁을 바라고 시대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착한 보수, 개혁적 보수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분당을 김병욱 국회의원은 “대화로 설득하면 공감하고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면서도 남의 사정도 들으려고 하는 보수가 늘었다”며 “민주당 불모지였던 이곳에서 10년 이상 터를 잡고 있었던 것도 이런 사람이 언젠가는 찍어주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수가 보수다운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보수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겠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 등 야권 정치인이 보여준 정치력의 영향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을 찍자’는 유권자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판교에 벤처밸리가 조성되고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며 젊은 유권자가 늘어났고 40평형대 이상 아파트의 가격 급락과 그에 따라 나타난 거래절벽 현상 등도 영향을 줬다.

대형 평수에 거주하는 유권자의 경우 과거에는 ‘분당=강남’이란 의식이 강했지만 경제적인 위치에 대한 위기를 느끼게 되면서 이런 등식도 많이 깨졌다는 것이다.

김병욱 의원은 “아직 보수가 두터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유세 첫날부터 유권자들이 ‘엄지척’을 해주거나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을 볼 때 예전처럼 무조건 보수를 지지하던 모습은 탈피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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