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외신들이 9일 치러진 한국의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이번 대선 결과가 미치는 한미 관계와 대북 정책 영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또 이번 대선과 관련해 북한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지만, 한국 국내 유권자들에게는 경제와 부패가 더 큰 쟁점으로 여겨졌다고 지적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 홈페이지 첫 화면에 한국 대선 기사가 게재됐다. (사진=BBC) © News1

◇"대북 정책 심대한 변화 맞을 것"

외신들은 문 당선인의 온건한 대북정책과 트럼프 미 행정부 대북 강경 노선에 주목하며 앞으로 대북 문제에서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워싱턴포스트와 블룸버그통신, USA투데이 등 미 언론은 문 당선인의 대북 노선이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모습과 상반된다고 일제히 전했다. 

특히 USA투데이는 '한국의 문재인 새 대통령이 미 관계를 삐걱거리게 할 수 있다'(South Korea's new president Moon Jae-in could rattle U.S. relations)는 제하의 기사에서 문 당선인이 혹독한 북한 제재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왔으며 북한과 외교 및 경제 관계 확대를 위한 문을 열어놓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문 당선인이 신임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쥐어야 한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주도권을 다시 찾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문 후보의 당선으로 보수정당이 집권했던 지난 10년과 달리 북한과 미국에 대한 한국의 접근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부정부패와 낮은 경제성장률, 실업, 중국에서 비롯된 대기오염 문제가 북한보다 더 큰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홈페이지에 '자유주의가 한국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톱으로 게재했다. BBC는 "북한에 대한 한국의 태도가 진정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삼성과 같은 재벌 대기업에 대한 개혁 작업도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문 후보의 승리는 "심대한 지정학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새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관여(engagement)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고, 또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문 당선인 앞에 놓인 과제로 국내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국제적으로는 북한에 적대적인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원하는 문 후보의 승리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새롭지만 잠재적으로 힘든 장을 열어놓을 수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대선이 국내 이슈들이 지배적이었지만 여느 대선때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그의  대북 강경 노선 천명으로 대외 정책이 중시됐다고 분석했다.

CNN은 당장 문 당선인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문제 제기와 대북 대화 재개 등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북한 정책에 변화가 올 것으로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마 대북 강경 노선을 함께할 파트너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될 수 있겠지만, 문 당선인은 햇볕정책의 강력한 지지자라고 소개하며 기존 정책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했다.

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출구조사 승리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사진=가디언) © News1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의 보수 진영에서는 문 후보의 당선으로 상이한 대북 입장으로 한미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면서도 최근 문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북한 문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진 않다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을 '꽤 똑똑한 사람'(pretty smart cookie)이라고 평가하며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전적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영광스럽게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소개했다.

가디언은 문 당선인이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채택한 '전략적 인내'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는 점에서 트럼프와 자신의 입장이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사실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번 대선에서 많은 한국 유권자들에게 북한 문제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정권교체와 국내 경제 개혁이 더 우선시됐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은 문 후보의 당선을 반길 것으로 예상됐다. FT는 투자자들이 재벌 개혁을 약속한 문 후보의 승리를 환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하면서, 최근 수일간 외국인들의 매입으로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 당선인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끝날 것이란 전망에 시장은 랠리를 보였다"면서 한국 증시 동향을 소개했다.

9일 영국 블룸버그통신의 한국 19대 대선 보도 화면. (사진=블룸버그) © News1

◇日언론들 "양국 관계 순탄치 않을 듯"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문 후보의 당선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들은 대부분 향후 양국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지통신은 모든 대선 후보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협정에 대해 '재협상 또는 파기'를 요구하고 있어, 새 정부에서 합의가 착실히 이행될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일본 후지TV 계열의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문 당선인은 한일 협정의 재검토를 언급해 향후 한일 관계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문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2015년 한일 합의의 수정이나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 새 정부 아래에서 한일 관계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문 후보 앞에 놓인 도전, 과제들

외신들은 신임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분열된 민심 수습과 일자리, 경제 문제를 꼽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차기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제재 노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차기 대통령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억달러(약 1조1301억원)짜리 사드에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길 바란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이 신문은 경제 회복 속도에 대한 초조감과 가계부채 상승, 높은 청년 실업률을 제기하며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당이 없어 '변화 입법'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 대선 최초로 도입된 지난 4~5일 사전투표에서 높은 투표율이 기록한 것을 두고 "한국의 유권자들은 이데올로기와 세대에 따라 크게 분열돼 있다"며 "높은 사전 투표율은 보다 진보적인 문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들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문 후보의 승리가 젊은 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에 힙입었다"며 "젊은 유권자 대부분이 문 후보를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새 정부가 들어서도 중국과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중국이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데 한국에서 대북 경계감이 큰 상황이라 한국의 새 정부가 사드와 관련, 다른 선택지를 갖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BBC는 대중 관계와 관련해 문 당선인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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