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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없이 모두가 이웃되는 나라…저도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문재인대통령에 바란다] '다문화 가정' 슈헬씨
"능력대로 차별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김다혜 기자 | 2017-05-10 06:00 송고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14일 앞둔 2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다문화가족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대선 후보들의 공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7.4.25/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14일 앞둔 2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다문화가족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대선 후보들의 공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7.4.25/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호를 이끌 제19대 대통령에 문재인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으면서 새로운 국가를 향한 국민들의 염원이 세대와 성별, 지역을 넘어 뜨겁게 넘치고 있다.

이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방글라데시 출신 한국 국적자인 슈헬씨(Shuhell, 49) 역시 이번 대선결과를 유심히 지켜봤다. 다문화정책을 올바로 펼칠 적임자를 고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다문화 가정의 수는 이미 20만을 넘어섰다. 슈헬씨는 새 대통령을 향해 "차별없이 모두가 이웃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바람을 밝혔다.

◇희망으로 온 한국, 차별과 온갖 욕설에 가슴앓이도

"공장에서 일하다보면 아직도 차별이 있어요."
다소 서툴지만 수화기로 들려온 한국말은 막힘이 없었다. 지난 8일 오후 슈헬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마음 아픈' 경험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슈헬씨는 지난 1998년 한국에 들어왔다. 외국인 일자리를 연결시켜주는 방글라데시와 한국 업체에 1200만원을 냈다. 방글라데시에서 하던 가게를 정리하고 빚까지 냈지만 '코리안드림'의 희망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슈헬씨는 "방글라데시에서는 인테리어 타일을 파는 가게를 했다. 넉넉하게 살았지만 한국이 훨씬 여건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님도 반대했지만 한국 사람들이 괜찮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슈헬씨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월급은 밀리는 것은 기본이고 폭행과 욕은 빈번했다. 주변에서 부르는 이름은 어느새 '깜둥이'가 되어 있었다.

슈헬씨는 "월급이 밀려서 '월급을 주세요'라고 얘기하면 '여기가 니네 나라냐'라고 야단을 치니 할말을 못했다"며 "예전에 저랑 같이 있던 한 친구는 사장님이랑 말싸움이 붙자 경찰에 신고돼 곧바로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 좋은 사람도 많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도 많다"며 "말이 서투르니 브로커나 불법 업체를 만나면 그냥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희망이 된 아내와 딸…고충도 만만치 않아

절망이 가득했던 그의 삶에 한줄기 햇살을 비춰준건 한국인 아내와의 만남이었다. 공장에서 아내를 만난 그는 사귄지 6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했고 1년 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다문화 가정을 꾸린 그에게는 예쁜 딸도 생겼다. 이제 행복이 가득할 것 같았지만 이제는 딸에게 괴로운 시간들이 찾아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이 왕따를 당한 것이다.

슈헬씨는 "제 딸이 피부색깔이 약간 다르니까 애들이 놀렸다. 깜둥이라고 놀리고 왕따를 당했다"며 "선생님이 조금만 주의를 줬더라면 좋았을텐데 그게 잘 안되니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딸이 결국 말이 없어지고 우울증 증세를 보여 결국 방글라데시로 보냈고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낸다"며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왕따를 당하지 않게 자식들을 외국으로 보낸다"고 밝혔다.

슈헬씨 부인의 고충도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남편이 방글라데시 사람이라는 이유로 주변인들에게 이유 없이 무시를 당하는 일이 잦았다. 그는 "부인은 참 좋은 사람인데 내가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나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일터와 가정에서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슈헬씨는 한국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복지회를 통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공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현재를 살아낸다. 그에게 '투표'는 그래서 중요했다. 현재를 열심히 사는 그에게 투표는 곧 미래를 향한 희망이었다.

슈헬씨는 "새 대통령은 이주민들이 잘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외국 사람이 아니고 우리 이웃으로 받아주고 능력대로 차별없이 살 수 있게 해주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로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마디를 했다. "이 나라를 바꿔야 해요. 저도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에서 다문화여성을 대상으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정치참여 연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5.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에서 다문화여성을 대상으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정치참여 연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5.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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