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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스타일 AI는 갔다…뇌 닮은 반도체 '뉴로모픽'이 뜬다

[AI시대 한국의 도전]④ 밥한공기 전력으로…진정한 AI
글로벌 기업 앞다퉈 개발…국내 연구는 지지부진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05-12 06:00 송고 | 2017-05-12 09:38 최종수정
© News1

최근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처리 방식이 발전하며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 기술은 다방면에 걸쳐 상용화되기에는 여러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기술로 '뉴로모픽'(neuromorphic)이 주목받고 있다.

'뉴로모픽' 기술이란 현재의 반도체 집적회로 기술 기반 하드웨어를 인간의 뇌신경구조로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기존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앞으로 인간의 뇌 구조를 모사한 뉴로모픽 칩을 활용한 인공지능이 나오면 하드웨어의 크기와 전력 소모를 훨씬 줄일 수 있어서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이에 국내외 학계와 기업들이 앞다퉈 뉴로모픽 연구에 뛰어들었다. 로직 연산 기능과 메모리 기능을 동시에 갖는 뉴로모픽칩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 알파고, 알고보면 전기먹는 하마

뇌는 1000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뉴런)가 시냅스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다른 뉴런과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작동해 순식간에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한다. 100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가 병렬적으로 연결돼 약 20W 수준의 저전력으로도 기억 연산 추론 학습 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는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와 176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 920TB(테라바이트)의 D램(RAM) 등이 사용됐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양의 부품과 장비로 얽히고설킨 공룡인 것이다. 주입된 소프트웨어가 시키는 대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이라서 그렇다. 이같이 데이터의 물량공세를 기반으로 하는 AI를 DNN(Deep Neural Network)이라 부른다.

DNN은 패턴이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인지한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실용성과 효율성은 낙제점에 가깝다. 무엇보다 전력 소모가 지나치게 커서 모바일 디바이스나 사물인터넷(IoT)의 적용이 불가능하다. 인간의 뇌는 밥 한 그릇 수준인 20W면 작동한다. 하지만 알파고는 12GW라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잡아먹고 계산 속도도 현저히 느리다. 대규모 서버와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것도 한계다.

◇ 밥한공기 전력으로 사람 뇌처럼…진정한 AI, '뉴로모픽'

이에 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빼닮은 새로운 AI에 눈을 돌렸다. 인간의 뇌신경구조를 현재의 반도체 소자 집적회로 기술 기반 하드웨어로 모방하는 '뉴로모픽'이 그것이다. 

공학자들은 뇌의 신경세포가 스파이크 형태의 신호를 주고받고 시냅스 연결 강도를 조절해 정보를 처리하는 구조가 반도체와 비슷하다는 데 착안했다.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는 화학적 전기적 반응을 통해 뉴런에서 발생하는 스파이크 신호를 다른 뉴런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구조를 기존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구현하는 것이 과제다.

뉴로모픽칩이 완성되면 미래 AI는 밥 한 그릇 정도의 적은 에너지원으로도 사람의 뇌처럼 기억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초저전력 고성능을 구현하게 된다. 이같은 하드웨어 기반 미래형 AI를 소프트웨어 기반의 복잡한 DNN과 구분해 SNN(Spiking Neural Network)이라고 부른다.

컴퓨터공학자들은 뉴로모픽 소자 개발을 위해 기존 메모리 소자인 S램, R램, PC램 등을 뜯어보고 있다. 메모리(memory)와 저항(resistor)의 합성어인 '멤리스터'(Memristor)가 대표적이다. 뇌에 있는 신경세포와 시냅스처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미국 IBM은 S램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뇌를 모방한 '트루노스칩'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 칩을 활용할 수 있는 응용기술이 없어 실제 사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력 소모도 매우 커서 스마트기기에 탑재해 사용하기는 불가능하다.

트루노스에서 적용하는 S램은 최소 여섯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해 고집적화가 어렵다. 또한 프로세서(뉴런)과 메모리(시냅스)가 함께 자리하는 통합형 구조로 병렬 프로세싱이 가능하지만, 뉴런과 시냅스의 역할이 동시에 가능한 기능적인 통합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제공© News1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제공© News1

◇저전력·고성능·소형화가 매력…"10년후부터 시장 본격 형성"

기존 컴퓨터는 단기기억(D램)과 장기기억(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또는 SSD(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 연산(CPU)을 모두 따로 수행한다. 이처럼 주기억장치, CPU, 입출력장치 3단계로 구성된 컴퓨터 구조를 '폰노이만 방식'이라 부른다. 우리에게 익숙한 컴퓨터 구조이기도 하다.

기존 폰노이만 방식 컴퓨터는 데이터가 입력되면 이를 순차적으로 처리를 한다. 순차 처리 방식의 컴퓨터가 병렬로 동작하는 인간의 뇌를 모방해 기억과 연산을 대량으로 같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뉴로모픽 기술의 핵심이다.

폰노이만 방식은 전력소모 한계를 비롯해 패턴 인식, 실시간 인식, 판단 등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수치 계산이나 정밀하게 작성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탁월하지만, 최근 유통량이 급증하는 이미지나 소리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데는 효율성이 낮다. 단적인 예로 2012년 구글이 공개한 고양이 얼굴 자동인식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는 데는 1만6000개의 프로세서가 필요했다.

저전력·고성능·소형화를 특징으로 하는 뉴로모픽칩이 크게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각종 데이터 분석, 얼굴 인식, 보행자 인식,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지능형 센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거대한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의 '테크놀로지 하이프 사이클'(Technology Hype Cycle)에 따르면, 뉴로모픽 하드웨어는 10년 후부터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10년 이후부터는 지능형 로봇, 무인기, 자율주행 자동차, AI 비서 등에서 폭넓게 쓰여 사람이 하는 일을 AI가 대체한다는 말을 실감할 것이란 얘기다. 그 전 과도기인 3~7년간 자동차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실시간 얼굴 및 물체 인식, 실시간 문자 번역, IoT 센서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IBM 구글 등 글로벌 기업 눈독…국내 연구는 미약

뉴로모픽 칩의 성공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고집적 반도체 칩을 실현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집적회로(IC)의 총면적은 줄이고 메모리 셀의 개수는 늘리는 고집적 신경망 모방회로 및 하드웨어 구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시냅스'(SyNAPSE)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억 달러 이상이 이 프로젝트에 투입됐으며 IBM이 2014년 트루노스칩을 발표한 것도 이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대를 중심으로 '브레인 스케일스'(Brain ScaleS)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국의 인텔과 퀄컴 등 기업에서도 뉴로모픽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구글도 대규모 심층신경망 개발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013년부터 엑소브레인(Exobrain)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을 주로 소프트웨어적인 연구에 집중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적인 연구는 현재 세계적인 추세인 멤리스터 및 S램을 이용한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뒤따라 모방하는 수준이다. 뉴로모픽 기술은 주로 대학 중심의 기초 응용 연구 단계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손잡았다.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는 "다양한 소재 및 구조를 갖는 뉴로모픽 프로세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선두 그룹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고집적 고효율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개발하기 위해 소자, 회로, 컴퓨팅 분야 등을 융합하는 국가적 차원의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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