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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개혁②]'경찰권 비대' 해법은?…수사직군분리·자치경찰

'수사경과제도' 한계…직군 나눠 전문수사관 양성
"자치경찰제 도입, 경찰 권력 분산의 첫걸음"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7-05-04 06:00 송고
편집자주 유력 대선 후보들이 공히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약속하면서 차기 정부에서 경찰이 수사권을, 검찰은 기소권을 갖는 수사구조개혁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개혁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돼왔다. 하지만 수사권 독립이 능사일까 하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뉴스1이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경찰 안팎의 기대와 우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등을 들여다봤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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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을 앞둔 경찰의 개혁 과제는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경찰 본연의 업무인 수사역량을 끌어올리고, 한층 비대해질 경찰권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요구다.   
 
일단 두 과제를 아우르는 핵심 대안으로 전문 수사직군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금처럼 일반경찰 중 지원자를 받아 수사업무를 맡길 게 아니라, 검찰처럼 애초부터 별도의 직군으로 뽑아 전문수사관을 키우자는 것이다.
 
◇檢은 전문 수사관, 警은 수사기피 현상

경찰은 2005년 전문 수사관 양성을 위해 수사경과제도를 도입했다. 역대 거듭된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수사력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형사·지능범죄·사이버 등 수사 관련 담당경찰을 독립된 경과(警科)로 분리한 이 제도는 도입 12년만에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찰의 수사경과 현원은 증가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수사경과 정원이 2만2766명에서 지난해 2만6007명으로 14.2% 늘었다. 수사경과 인력은 같은 기간 2만908명에서 2만7756명으로 4년새 32.8%나 늘었다. 
 
외견상 수사경과제도가 잘 굴러가는 듯 보이지만 이는 박근혜 정부 들어 경찰 1만5000명이 갑자기 증원되며 수사경과 인력도 덩달아 증가한 덕이다. 정작 수사현장에선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부산 등 광역시·도를 벗어나 지방으로 갈수록 수사부서 지원율이 낮다.
  
현재 수사부서내 경찰의 수사경력은 △10년이상 33.5% △3~10년 31.3% △3년미만 33.5% 등이다. 4년전 △10년이상 38.3%(-4.8%p) △3~10년 34.8%(-3.5%p) △3년미만 26.9%(+8.3%p)와 비교하면 오래 경력을 쌓은 수사 근무자들의 비중이 줄고 있다. 경력이 쌓인 수사관들이 일 많고 힘든 수사부서를 떠나 다른 경과로 몰리는 까닭이다. 
 
수사경과를 받고,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는 경찰도 많다. 현재 수사경과 현원의 14%(약 3900명)는 비(非)수사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반대로 비수사경과 중 수사업무에 배치된 경찰이 약 2000명이다.
 
한 경정은 "검찰 수사관은 평생 수사업무만 한다. 수사관이 전문성을 갖고 인정받으니 수사부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반면 경찰은 수사하기 싫은 사람을 앉혀다 수사 업무를 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경찰이 검찰의 수사력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연 우리가 새로 얻게 될 수사권이라는 권한 만큼의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한 고위간부는 "당장 오늘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돼 내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석한다고 해보자. 수뇌부가 '멘붕'에 빠질 거다. 경찰에 총경 이상 전문 수사관이 있나. 이 부회장을 수사할 실력을 갖춘 베테랑 수사 경찰을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수사직군에 한해 경정 이상 계급정년을 폐지하고, 수사에만 전념해 전문성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청은 일선 수사역량을 높일 대안으로 법률전문 인력으로 꾸린 '수사기록 검토팀' 신설, 수사관 교육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광역단위 자치경찰…문재인 후보 공약

경찰은 단일규모 최대 중앙행정기관이다. 2015년 기준 인력이 14만3000명에 달한다. 이중 의무경찰·일반직 등을 제외한 경찰관이 약 12만명이다.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갖게 되면 경찰권을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큰 이유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무궁화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철성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무궁화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경찰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이철성 청장은 지난 2월27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와 기소권 분리 시 비대해지는 경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경찰권 분산의 대안으로 경찰청장 개방직전환, 경찰위원회 위상 강화, 수사·일반경찰 분리 등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비대한 경찰권을 분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실성있게 거론되는 제도가 자치경찰이다. 
 
실제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찰개혁 공약으로 지방정부에 경찰권을 주는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를 내걸었다. 국가 경찰은 전국적 치안 수요에만 대응하고, 생활밀착형 치안 서비스는 광역자치단체가 제공하자는 것이다. 

자치경찰 전환이 성공하면, 나아가 지방경찰청장을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이호중 서강대 교수(법무전문대학원)는 "우리나라처럼 수사경찰과 일반경찰의 업무가 통합된 거대한 단일 국가경찰조직을 유지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경찰개혁의 첫걸음은 경찰의 거대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고, 수사직군분리와 자치경찰제 도입이 핵심 축"이라고 말했다.
 
10년전 제주에서 도입한 자치경찰은 지역교통·방범·경비 등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업무범위가 매우 좁아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평이다. 
 
그러나 자치경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시·도간 경계를 넘어서는 광역 범죄 대응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지역 토호와 유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단이란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재난 치안에는 단일화된 지휘계통이 적합하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바뀐 소방공무원은 시·도간 재정여건에 따른 열악한 처우 등이 문제가 돼 '도로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 교수는 "대규모 자연재해나 전국적인 긴급사태가 발생한 경우 관할 지방경찰청의 요청에 의해 각 지방경찰청의 인력과 장비를 공유하면 된다"며 이 문제가 큰 줄기에서 핵심은 아니라고 말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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