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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에 묻다③] 1만8700명 청년의 3만5800년의 시간

양심적 병역거부 67년, 대체복무제 도입될까?
후보들 대체복무제 도입·고려 의사 밝혀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7-05-03 06:30 송고
지난 2015년 7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은 위헌임을 주장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뉴스1 DB
지난 2015년 7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은 위헌임을 주장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뉴스1 DB

지난 1950년부터 2016년까지 1만8700명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신성한' 국방의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고 징역을 살았다.

'남을 해하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 '군대의 폭력적 문화를 배우고 싶지 않다' 등 다양한 이유로 총을 들지 않은 청년들이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시간을 따져보니 총 3만5800년이 넘었다.
징병제를 운영하면서 양심에 의한 병역 거부자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36개 국가가 있지만 병역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의 90% 이상은 국내에서 발생했다.

이에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감시키는 것은 '자유권규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들을 즉각 석방하고 대체복무제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방부는 남·북대치 상황 등의 안보상황과 국민들의 인식 등을 이유로 들며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시간 사회적문제로 대두되어온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에 대해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대체복무제' 마련 등을 고려해 보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양심적 병역 거부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인정 못해…대신 대체복무제 고려

지난 19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차기 한국 정부의 8대 인권의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원내 5개 정당의 대통령 후보 캠프에 보내 회신받은 내용을 공개했다. 

앰네스티는 이 8대 인권과제 중 하나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을 담았다. 후보들은 대개 대체복무제도에 대해서는 '도입한다'거나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현재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권고에 대해 '추진'하겠다고 답한 정당은 '정의당'뿐이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전과 기록을 말소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데는 찬성했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안보' 상황을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에도 엄격한 제한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홍 후보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라는 표현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확한 표현은 '종교적 사유에 의한 병역거부'다"라며 "자기가 믿는 종교의 가르침과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법률이 상충된다면 국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의 경우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문제는 한반도 안보 상황 관련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전제될 경우 대체복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번째 군형법 위헌 심판 주목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일반적인 시민들의 생각도 후보들의 입장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지난해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이해할수 없는 일'이라고 보면서도 대체복무제에는 70%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종교와 신념 등 양심적 병역거부의 이유 자체에 대해서는 쉽게 동감할 수 없다면서도 감옥에 수감하는 것은 가혹하며 다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대체적인 생각이었다. 

이렇게 대체복무제 도입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고 있는 상황이지만 병역거부자로서 실제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좀 더 적극적인 의사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답답한 실정이다.

무기를 들고 적으로 규정한 다른 국가의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다는 신념에 병역을 거부한 홍정훈 참여연대 간사는 지난 20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유일하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던 심상정 후보의 경우에도 이 문제를 공약집에는 담지 않았다"라며 "사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후보들의 공약이라기보다는 판결을 앞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제를 형사 처벌하는 군형법에 대한 세번째 위헌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홍 간사는 "일단 위헌 판결이 내려져야 정치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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