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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가 배부른 소리?…결국 사람복지로 이어져"

[인터뷰] 이해식 강동구청장 "모든 생명 존중 마땅…동물권 헌법에 보장돼야"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이지만 인식 뒤떨어져…시스템 만들어 바꿔나가야"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17-04-30 17:05 송고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29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평생학습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29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평생학습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013년 서울 강동구엔 전국 최초로 길고양이 급식소가 들어섰다. 급식소 지붕엔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 강동구'라는 글씨가 적혔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난 2월 중순, 강동구는 또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사업을 벌였다. 공공기관 최초로 청사 옥상에 길고양이 쉼터를 만든 것. 사람과 길고양이가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는 뜻의 ‘어울쉼터'엔 사연 많은 유기묘와 길고양이들이 지내고 있다. 고양이들은 입양자를 만날 때까지 이 쉼터에서 지내게 된다.
최근엔 강동구가 마련한 반려견 행동교정교육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작한 반려견 행동교정교육 프로그램 ‘강동서당’이다.

5주 동안 ‘강동서당’에서 교육을 받은 ‘문제견’들이 졸업을 하는 지난 29일,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강동구 도시농업공원에서 열린 졸업식 현장을 직접 찾았다. 수업에 참여한 반려견 보호자들과 주말을 맞아 공원을 찾은 주민들은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 ‘사람과 동물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을 강조하는 이 구청장의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 한 주민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강동구에 사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해식 구청장이 29일 강동구 도시농업공원에서 열린 '강동서당 1기 졸업식'에서 반려견,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천선휴 기자 © News1
이해식 구청장이 29일 강동구 도시농업공원에서 열린 '강동서당 1기 졸업식'에서 반려견,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천선휴 기자 © News1

강동구의 동물복지 정책과 사업은 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을 앞서왔다. 2013년엔 ‘동물복지 조례’를 제정했고, 지난해 7월엔 동물복지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고 청사 옥상에 길고양이 쉼터를 조성한 건 동물애호가들 사이에서조차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강동구의 이 같은 선진적인 동물복지 정책과 사업들은 2008년부터 강동구를 이끌고 있는 이 구청장의 남다른 동물복지 인식에서 시작됐다. 이 구청장은 29일 강동구 평생학습관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생명은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동물의 갈증을 해소시켜주고, 동물의 습성이나 생태를 지켜주며, 동물들에게 공포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동물복지 기본원칙에 충실해 사업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끌어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강동구청 별관 옥상에 마련된 '길고양이 어울쉼터'에서 졸고 있는 길고양이. 어울쉼터의 길고양이들은 입양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지낸다. / 천선휴 기자 © News1
강동구청 별관 옥상에 마련된 '길고양이 어울쉼터'에서 졸고 있는 길고양이. 어울쉼터의 길고양이들은 입양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지낸다. / 천선휴 기자 © News1

특히 이 구청장은 사람과 동물이 서로 행복하게 공존하는 게 궁극적으로 사람의 복지와도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동구는 2013년부터 선진적인 동물복지 정책과 사업을 시작하면서 2년 만에 동물 관련 민원이 2014년 512건에서 2016년 204건으로 50% 이상 감소했다. 급식소를 운영한 뒤부턴 ‘길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뜯는다’, ‘길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 등의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2014년 78건에서 2016년 21건으로 대폭 줄었다. 이 구청장은 “처음엔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왜 이런 일을 벌이느냐’는 민원이 간간히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라고 했다.

다음은 이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지금과 달리 2013년만 해도 관이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길고양이와 관련한 민원 중 ‘쓰레기봉투를 뜯는다’는 민원이 가장 많았다. 배고픔을 해결하면 이 민원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건 길고양이와 관련한 소소한 민원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동물학대를 방지하고 동물을 동물답게 키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때마침 강풀 만화가가 후원금을 기탁하며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제안했다. 동물복지와 관련한 중요한 모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민원도 현저히 줄었다. 강동구 사업을 보고 급식소 사업을 시작한 지자체들이 생겨났다. 서울시도 서울숲, 월드컵공원 등에 27개소를 설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길고양이 급식소 뿐만 아니라 꽤 많은 동물복지 정책과 사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동물복지엔 기본원칙이 있다. 모든 동물의 갈증을 해소하는 것, 동물의 습성이나 생태를 지켜주는 것, 동물들에게 공포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 고통이나 상해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 등이다. 강동구는 이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정책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은 동물과 함께 공존해야 한다. 그러려면 동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이런 기본 원칙이 녹아 있다. 이젠 더 나아가 동물권을 헌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권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동물보호법에 담긴 동물권의 기본원칙이 헌법에서 유래하는 권위를 갖고 있다면 정부나 지자체가 동물보호, 동물복지와 관련한 사업들을 맘 놓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물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빠르게 변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동물학대 문제가 끊임없이 일고 있지 않나. 개 도축 문제 등 관습도 잘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동물권을 보장한다면 모든 국민이 알 수밖에 없을 테고, 인식도 빠르게 향상할 거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축산동물 등의 학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AI나 구제역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결국 동물권과 동물복지는 사람의 복지와도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이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 지자체들이 훨씬 많은 상황에서 선진적인 사고인 것 같다.  

▶동물권 보장과 동물복지 문제는 인간이 동물을 단순하게 보호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한테 복지가 말이 되느냐’, ‘배부른 소리다’ 등의 이야기가 많은데, 동물도 사람과 공존해야 하는 생명이지 않나. 최소한이라도 하자는 거다. 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동물 복지가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복지와도 연결돼 있다. 그것을 생각해야 한다. 선진국들에 비하면 한국은 늦은 편이다. 선진국에선 반려동물이라도 마음대로 입양할 수 없다고 한다. 입양 전 일정 시간 교육도 받아야 한다. 그런 교육이 안 되니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 시스템을 조금씩 갖춰가야 한다.

-앞으로 추진할 정책이나 사업은 무엇인가.

▶반려동물 행동 교육 프로그램은 꾸준히 진행할 거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강동구 관내에 있는 애견카페에서 진행하는데, 이런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려고 한다. 반려견이 맘껏 뛰놀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도 만들 거다.

유기동물 입양캠페인도 진행하려고 한다. 또 유기동물이 입양 갈 때까지 일정 기간 머무를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도 마련하고 싶다. 유기동물을 구조하면 보통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보내지는데, 그곳에선 공고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된다. 안락사를 줄이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차근차근 제도를 정비하면 이런 일들도 곧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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