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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글 가곡 노랫말 모음집 김천택 '청구영언' 첫 공개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
4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2017-04-26 11:28 송고 | 2017-04-26 11:34 최종수정
김천택 청구영언.(한글박물관 소장) 이하 한글박물관 제공 © News1
김천택 청구영언.(한글박물관 소장) 이하 한글박물관 제공 © News1

이순신 장군의 시조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사육신 성삼문의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까 하니…', 정몽주의 '이 몸이 죽어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태종 이방원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등.

이 시조들이 어떻게 모두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을까. 개인 문집에 있거나 구전으로만 전하던 가곡(歌曲)의 노랫말 580수를 한데 모아 악곡을 중심으로 시대별, 인물별로 엮은 책 '청구영언'(靑丘永言)이 있어서다. 청구영언은 김천택(생몰년 미상)이 1728년 지었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가곡노랫말 책인 청구영언을 최초로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를 오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개최한다.

청구영언에는 고려말부터 1728년 편찬 당시까지 임금, 사대부, 기녀, 중인, 무명씨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가곡의 노랫말들이 한글로 실려 있다. ‘청구’는 ‘우리나라’, ‘영언’은 ‘노래’라는 뜻이다.

청구영언의 편찬을 계기로 우리말 노래를 쉽게 익히고 전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한글 노랫말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 노랫말의 원형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청구영언이다.     
청구영언의 서문© News1
청구영언의 서문© News1

◇ 청구영언 원본 최초 공개    

이번 전시가 있기 전까지 청구영언 원본은 몇몇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다만, 1948년에 조선진서간행회가 발행한 활자본 ‘김천택 편 청구영언’이 있어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이 활자본은 ‘청구영언 진본(珍本)'이라고 불려왔으며, 원본을 볼 수 없었던 학계에서는 원본을 대신하는 연구 자료로 활용되었다.     

한글박물관은 "이번 전시는 김천택이 필사한 '청구영언' 원본을 70년 만에 본격적으로 공개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아울러 지금까지 밝혀진 ‘청구영언’ 이라 불리는 다른 책 10권도 함께 전시된다"고 밝혔다.

권순회 한국교원대 교수는 “전공자들이 청구영언 원본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정확하고 엄밀한 연구가 가능해졌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청구영언을 ‘진본 청구영언’이라 부르는 관행을 지양하고 ‘김천택 편 청구영언'이라는 공식적인 학술 용어를 쓰자"고 제안했다.
해동가요 박씨본, 계명대 동산도서관 소장 © News1
해동가요 박씨본, 계명대 동산도서관 소장 © News1

◇ 우리나라 대표 3대 가집, 처음으로 한 자리에    

전시에선 청구영언 원본을 비롯한 가곡 관련 유물 총 61건 61점이 소개된다. 청구영언 원본과 조선 후기의 가집 및 악보 등을 함께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게 된 것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대표 3대 가집이 한 자리에 모이는 첫 전시이다. 흔히 조선 후기는 가곡의 전성기라고 한다. 상류층을 위한 성악곡인 가곡이 중인 계층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김천택의 '청구영언'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가집으로 꼽히는 김수장(1690-?)의 '해동가요'(海東歌謠, 1755년), 박효관(생몰년미상)·안민영(1863-1907)의 '가곡원류'(歌曲源流)(1876년)가 제작되었다.

전시에 선보이는 국립국악원 소장 '가곡원류'는 박효관과 안민영이 필사한 원본이며,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소장 ‘해동가요 박씨본’은 현재 전하는 해동가요계 중 가장 원본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대 가집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가집들도 전시된다.     

아울러,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가집(歌集)을 주제로 한 최초의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품 중에는 성호 이익(1681-1763)의 셋째 형인 옥동 이서(1662-1723)가 연주했던 거문고인 ‘옥동금’(국가민속문화재 제283호), 조선 후기의 거문고 악보인 ‘어은보’(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14호)와 ‘삼죽금보(국립국악원 소장)’ 등 노랫말의 실제 가창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전시품의 3분의2에 달하는 45점의 유물은 그간 연구 자료로 조사된 적은 있지만,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구영언 시조'(성균관대학교 존경각 소장), '졸장만록'(대전시립연정국악원 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는 일반인들이 옛 노랫말에 쉽고 편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두었으며, 그 다음으로 수집된 각종 유물을 관람하는 순서로 기획하였다. 전시는 크게 2부로 구성하였다.      

1부 ‘삶의 순간을 노래하다’는 현대적인 서울의 도심 공간을 배경으로 옛 노랫말의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풀어냈다, 매혹적인 도시 한양의 시정과 일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노랫말,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다양한 노랫말, 노래를 짓고 부르던 풍류방 속 주인공인 '여항인'(閭巷人)의 노랫말을 영상과 공간 연출 등을 통해 소개한다.     

2부 ‘세상 노래를 모으고 전하니’는 청구영언 원본과 함께 편찬 배경과 과정, 책의 구성과 노랫말 등을 소개한다. 조선 후기의 다양한 가집들과 연행 시 사용했던 악기와 악보, 교과서 등에 실린 청구영언 노랫말의 변화상, 현대로 이어지는 가곡창의 연행과 시조창의 차이점 등을 소개한다.

'가곡원류' 국립국악원본 국립국악원 소장 © News1
'가곡원류' 국립국악원본 국립국악원 소장 © News1

◇ 옛 노랫말에서 찾은 새로운 가능성      

청구영언의 노랫말 580수는 18세기 옛 한글로 기록되어 있다. 현대인들이 그 노랫말을 읽고 정서를 공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박물관에서는 옛 노랫말의 맛을 살리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대어 풀이를 추진하였다.

이 작업은 고전 시가 연구자인 권순회 교수, 신경숙 한성대 교수, 이상원 조선대 교수 3명이 담당하였다. 원문의 이해에 충실한 직역과 일반인을 위해 쉽게 풀어낸 현대어 풀이의 두 종류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옛 노랫말을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전시장은 현대어 풀이를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가곡 이해를 돕도록 구성하였다. 청구영언 420번 노랫말인 ‘푸른 산도 절로절로’는 현대적인 감각의 새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영화 ‘부산행’ 등의 음악을 담당한 장영규 작가가 작곡을 맡았고, 여창 가객 박민희가 노래를 불렀다. 2부 마지막에는 미디어테이블을 설치하여 청구영언 노랫말 580수 전체를 주제별, 작가별로 검색하고 읽어볼 수 있게 하였으며, 원문의 검색도 가능하다.

청구영언 만횡청류에 실린 조선 후기 ‘한양’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노랫말들은 오늘날 현대인의 일상과 매우 닮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런 점들에 특별히 주목하여, 기존의 전시 연출과는 다른 작업을 시도하였다.

짝사랑, 불안한 사랑의 시작, 이별, 불륜 등을 다룬 ‘사랑의 노랫말’은 도시 뒷골목을 연출하여 그 벽면에 낙서처럼 연출하였다. 특히, 노랫말의 맛과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써서 적었으며, 노골적이고 뜨거운 사랑과 욕정의 노랫말 17수는 이진경 작가가 손글씨와 그림을 맡아 진행하였다.

28일 오후 4시 개막식 참석자에 한하여 청구영언 영인본 및 주해서를 배포할 예정이다. 김철민 한글박물관장은 "우리 전통 가곡의 노랫말을 선보인 이번 전시를 통해, 옛 노랫말의 감정을 느껴보길 바란다"며 "아울러 앞으로 18세기 가곡 노랫말의 전문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옥동금 및 삼죽금보© News1
옥동금 및 삼죽금보©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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