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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北, 창군절 앞두고 미국인 체포…'인질외교' 염두?

공항서 출국하려다 체포…3명째 미국인 억류
전문가 "대화하기 위한 카드로 준비하는 것"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7-04-24 12:19 송고 | 2017-04-24 14:44 최종수정
북한군 탱크가 지난 4월15일 김일성 탄생 105년을 기념하기 위한 열병식에 등장하고 있다. © AFP=뉴스1
북한군 탱크가 지난 4월15일 김일성 탄생 105년을 기념하기 위한 열병식에 등장하고 있다. © AFP=뉴스1

북한 당국이 지난 21일 평양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려는 한국계 미국인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져 의도가 주목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 압박에, 벼랑 끝에 몰린 북한이 미국인을 인질로 잡아 향후 대미 협상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평양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던 한국계 미국인 토니 김씨(한국명 김상덕)가 북한에 구금됐다.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교수 출신인 김씨는 평양 과학기술대학에서 1개월 정도 회계학을 강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김씨가 체포된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점상 북한이 이른바 '인질 외교'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높게 점쳐지는 인민군 창건일 85주년(25일)을 앞두고 대북 압박 수위도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주는 미국이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급파한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호가 한반도 해역에 도착하고 대북 압박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28일) 회의와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25일) 등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중국까지 북핵 시설 타격 용인과 원유 공급 축소를 시사한 상황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압박에 칼 빈슨호의 군사훈련이 더해지면 긴장이 최고도에 이를 텐데 김정은이 모험을 하기에는 여력이 없다"며 "결국은 대화를 하기 위해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보여줄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외국인을 인질로 잡아 협상을 벌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김정남 암살 사건 때도 북한은 말레이시아인을 인질로 삼아 김정남 시신과 암살 용의자들을 맞교환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특히 자국민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을 상대로 핵·미사일 협상 등에 인질을 이용해 왔다. 1994년 12월 주한미군 소속 헬기가 휴전선 인근에서 북한에 의해 격추됐을 때, 2009년 3월 중국계와 한국계 여기자 2명이 북중 국경지대에서 붙잡혀 억류됐을 때 클런턴 전 대통령 등 고위급 인사들이 방북해 인질 석방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북한만큼 예측불가능한 외교전략을 구사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같은 방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예전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수준이 (낮아) 협상이나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실익이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잘못된 신호를 주기보다 제재와 압박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해, 미국인 억류는 영향을 미치질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연구위원은 "인질 외교는 나쁜 수법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내밀 카드가 없다"며 "비록 핵심카드는 아니더라도 대화국면에 갔을 때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이기 위한 카드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북한에는 김씨 외에도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와 대학생 오토 웜비어 등 2명이 억류돼 있다.

김동철씨는 지난 2015년 10월 간첩행위 혐의로 10년 노동교화형을,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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