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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성폭행당해"… 악성민원인 알고보니 도움 필요한 환자

경찰 30여건 상습신고 40대 女 직접 찾아…치료조치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4-13 09:41 송고 | 2017-04-13 10:48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국회의원한테 명예훼손을 당했어요."

지난 3월26일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권모씨(47·여)는 국회의원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경찰은 권씨의 피해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공식접수했다. 그런데 며칠 후 권씨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 권씨는 "집 앞에 누가 계속 지키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경찰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권씨의 집을 찾았다. 주변을 확인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권씨가 살고 있는 주택 1층 문을 두드렸다. 권씨는 "아무도 없으면 그냥 가시라"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후 권씨의 신고전화는 계속됐다. 처음에는 "집 앞에 누가 있다" "누군가 집문을 발로 차고 간다" 등의 신고를 하다가 점차 "집앞에서 가족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 신고 내용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러한 권씨의 신고는 지난 6일부터 3일 동안 무려 30여건에 달해 급기야 '악성민원'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경찰은 권씨가 단순한 악성민원인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판단해 권씨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경찰과 가족은 지난 10일 오후 4시30분쯤 권씨의 집을 찾았고 가족의 동의 하에 문을 강제개방했다. 집안은 지독한 악취가 풍겼고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었다. 그 가운데 삐쩍마르고 창백한 권씨가 당황한 모습으로 있었다.

알고보니 권씨는 3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던 권씨는 인근에 사는 70대 노모가 밥을 챙겨올 때 잠깐 현관문 앞을 나오는게 유일한 외출이었다. 집주인 역시 권씨의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권씨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남을 해치거나 스스로를 학대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됐다"며 "자칫 악성민원으로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권씨의 상태를 포착해 가족과 함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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