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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보다 탄탄'…4월 재공연하는 작품성 좋은 연극 뭐 있나

연극 '목란언니·환영·이반검열·고도를 기다리며'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4-09 12:34 송고
연극 '환영' 공연 장면 © News1
연극 '환영' 공연 장면 © News1

연극계의 4월은 재공연작이 벚꽃만큼이나 풍성하다. 각종 연극상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들이 초연을 놓친 관객의 요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28일과 30일에 각각 개막한 연극 '목란언니'와 '환영'은 한국사회의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탈북자와 성매매여성의 삶을 담아내 눈길을 끈다. 또, 젊은 연출가 중에서 주목 받는 이연주의 '2017 이반검열'과 한국 연극계의 거장 임영웅의 대표 연출작 '고도를 기다리며'가 지난 6일과 7일 개막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 탈북 금수저의 남한 흙수저 분투기…연극 '목란언니'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 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연극 '목란언니'가 오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2012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희곡·신인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올해의 연극베스트3를 휩쓴 바 있다.

김은성 극작가는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탈북인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조목란은 북한에서 공훈예술가인 부모 밑에서 곱게 자란 일명 '금수저'의 삶을 살았다. 그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탈북하지만 북한에 있는 부모님의 소식을 전해 듣고 다시 월북을 결심한다.
연극 '목란언니'는 조목란이 월북자금 5000만원을 모으기 위해 룸살롱 마담 '조대자'의 큰아들 '허태산'의 간병을 맡으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암울한 내용인데도 '목란언니'는 재밌다. 낯선 언어로 이뤄진 맛깔스러운 대사 덕이 크다. 실제 북한 이탈 주민인 채수린씨가 직접 지도했다는 생경한 북한말을 듣는 맛이 있다. 조목란이 남한사회에서 마주친 인물들이 하나같이 지친 모습으로 서로 다투지만 객석에선 폭소가 터져나온다.

전석 3만원. 문의 (02)708-5001.

연극 '목란언니' 시연 장면© News1
연극 '목란언니' 시연 장면© News1

◇'왜 나는 성매매에 나서야 했나'…김이설 원작 연극 '환영'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예술감독 문삼화)가 연극 '환영'을 오는 16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한다. 이 연극은 지난해 초연돼 제4회 서울연극인대상 대상·연기상·무대디자인상 등을 휩쓴 바 있다.

연극 '환영'은 소설가 김이설이 쓴 동명의 장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주인공 '윤영'은 공무원 시험을 몇년째 준비하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이다. 그는 젖먹이를 떼어놓고 교외의 닭백숙집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돈을 더 벌기 위해 성매매를 겸한다. 친정 식구들은 틈만 나면 윤영에게 돈을 뜯어가고 남편은 동네 여인과 정분까지 난다.

황이선 연출은 장편소설을 각색하면서 '왜 이 힘든 현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죽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느냐'고 질문하는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공연은 장편소설 속 에피소드를 △친정식구와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닭백숙집에서의 생활 등 3가지로 재배열했다.

이 작품의 무대는 등퇴장할 수 있는 미닫이 문 6개를 통해 표현됐다. 객석 방향은 외부인(손님)이 닭백숙 집으로 드나드는 곳으로 설정됐다. 이런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무대는 출구 없는 삶을 사는 윤영의 상황을 잘 드러낸다.

전석 3만원. 문의 (010)2069-7202.

연극 '환영' 공연 장면 © News1
연극 '환영' 공연 장면 © News1

◇ '동성애·세월호·종북·무슬림' 등 차별 다루다…연극 '2017 이반검열'

지난 6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2017 이반검열'은 사회적 약자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차별 받는지를 다룬다. 오는 16일까지 공연하는 이 작품은 지난해 연극인들이 검열을 반대하는 릴레이 공연 프로젝트인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에서 초연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품 속에서 '동성애·세월호·종북·무슬림' 등 4가지가 한국 사회에서 차별의 대상이 된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안들이지만 보수우익 종교집단의 주장에 의거해 하나로 묶인다. 이들은 동성애와 세월호뿐만 아니라 종북과 무슬림도 한국사회에서 '도려내야 한다'(OUT)고 주장해왔다.

연극은 동성애라는 성정체성 때문에 학교에서 차별받아야 했던 청소년의 증언에서 출발한다. 연극 제목인 '이반검열'은 2000년대 중반 중·고교에서 실제 시행된 동성애자 색출작업을 뜻한다.

세월호 유가족이나 생존자들에 대한 처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생존자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주변 반응, 그리고 그때부터 겪게 된 차별과 폭력을 차분하게 고백한다. 관객은 청소년 동성애자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로 바뀌었을 듯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의 양상이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연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한국의 근현대사 전반으로 확대한다. 삼청교육대,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이주여성, 간접조작사건 피해자 등 다양한 이들이 등장해 그동안 받은 차별과 고통을 고백한다. 이 모든 고통의 언어들은 작가의 상상력이 아니라 저작물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발췌한 100% 사회적 약자의 언어다.

전석 3만원. 문의 (02)758-2150.

연극 '2017 이반검열' 공연장면 © News1
연극 '2017 이반검열' 공연장면 © News1

◇ 한국연극의 스테디셀러이자 임영웅 연출의 대표작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한국 연극계의 거장 임영웅 연출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5월7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임영웅 연출은 프랑스 작가 사뮈엘 베케트(1906~1989)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1969년 한국 초연했다. 임 연출은 당시 어렵고 난해하다고 알려진 부조리극을 관객들이 연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이후 재공연되면서 극단 산울림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7일 개막한 이번 공연에는 역대 '고도를 기다리며' 출연진 중 가장 오랜 기간 무대에 선 배우 한명구, 박상종, 이호성, 박윤석이 출연한다. 또한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조명디자이너 김종호가 참여한다.

산울림 아트앤크래프트는 '고도를 기다리며' 아카이브 전시를 오는12일부터 23일까지 산울림소극장 2층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임영웅 연출의 연출노트, 역대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 배우들이 실제 사용한 소품과 의상 등이 출품됐다.

전석 4만원. 문의 (02)334-5915.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 © News1

이들 작품 외에도 주요 공연장을 채우는 재공연작은 다양하다. 고(故) 김동현 연출의 유작인 '맨 끝줄 소년'이 오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또 성(性)소수자 문제를 다룬 연극 '프라이드'가 7월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연극 '유도소년'이 5월14일까지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각각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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