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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수첩', 혐의 입증할 확실한 물증될 듯…행방 묘연

자필작성 '업무수첩'은 결정적·치명적 증거
파기·은닉했다면 …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가능성도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4-04 06:00 송고 | 2017-04-04 08:54 최종수정
 최진모 디자이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 등 혐의로 구속한 검찰은 4일 박 전 대통령이 구금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구속 이후 첫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범죄혐의의 공범 중 한명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진술 등에도 범죄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가운데 가장 중대한 혐의인 ‘뇌물죄’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범죄다. 뇌물죄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돈의 흐름에 따라 돈을 주고 받은 사실까지는 밝혀 낼 수 있어도 ‘대가성’ 제공 등 뇌물범죄 당사자들의 ‘내심’의 문제는 쉽게 밝혀내지 못해 처벌에 실패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고, 법원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은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유죄입증을 위한 가장 유력한 증거로 ‘업무수첩’을 꼽고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일명 ‘수첩공주’로 불릴 만큼 국회의원 시절부터 각종 회의 내용에서부터 민원, 대화내용, 시시각각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들을 수첩에 꼼꼼하게 적는 습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 이번 국정농단과 사건과 관련한 사항들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업무 수첩에 자세한 기록으로 남아 있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그 많은 업무수첩 어디로 갔나…대통령 기록물로 관리? 파기? 

이러한 관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은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처음과 끝을 밝힐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대기업 뇌물 등과 관련해 다른 공범들과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이 어긋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자필로 기록한 업무수첩은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를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분신과도 같았던 업무수첩의 행방이 현재로선 묘연하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이 재직 시절 작성한 업무수첩이 ‘대통령 기록물’로 관리 중인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선은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을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 기록물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기록물법 2조 3호는 "대통령의 사적인 일기 일지 또는 개인의 정치활동과 관련된 기록물 등으로서 직무와 관련되지 않거나 그 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적 기록물"만을 '개인기록물'로 정하고 있다. 이 개념이라면 국정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다수 기재한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은 개인기록물이 아닌 명백한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청와대에서 삼성동 자택으로 옮기면서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들고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또한 확인이 여의치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검찰과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을 불승인하면서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에도 검찰의 청와대 출입을 막고 제출목록에 적혀 있는 것들을 선별해 주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에 응했을 뿐이다.

문제의 업무수첩을 청와대가 파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의 청와대 납품 물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가 최순실씨 태블릿 PC 보도 직후 4차례에 걸쳐 총 24대의 문서파쇄기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노후 파쇄기를 교체한 것뿐"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지만 파쇄기 구입 시점 등에 비춰 문제가 될 만한 서류 등을 조직적으로 증거인멸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의 수사와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업무수첩 역시 이 과정에서 파쇄됐을 의혹도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태다. 

◇수첩 파기·은닉했다면…朴 범죄혐의 14개로 늘어나

전문가들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기는 했지만 청와대 측이 내주는 자료만 받아왔을 뿐"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을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검찰에게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은 박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작성했어도 직무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법상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한다"며 "현행법상 역사적 기록물로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올 때 놓고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자필로 작성한 업무수첩은 범죄 혐의를 입증할 가장 '유력한 증거'라며 검찰이 지금이라도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은 박 전 대통령의 자필로 작성돼 있다. 이 때문에 업무수첩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혐의 부인이 어려울뿐더러 혐의를 부인해도 재판부가 유죄의 심증을 굳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찰은 수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업무수첩의 소재를 묻거나 압수수색 등을 통해 업무수첩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업무수첩 확보를 위해 검찰이 적극성을 띤 적은 없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의 업무수첩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됐다면 대통령기록물법 17조에 따라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을 통해 입수해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업무수첩을 자택으로 가져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검찰은 삼성동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업무수첩을 확보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업무수첩을 파기·은닉 또는 멸실했다면 이는 현행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또 다른 범죄에 해당한다.

현행법은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무단으로 은닉 또는 멸실한 경우에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는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업무수첩을 파기·은닉한 경우에는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에 대통령기록물법상 기록물 파기·은닉이라는 범죄혐의가 추가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14가지로 늘어나게 된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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