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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는 쾌감"에 30대 회사원, 퇴근후 절도범 '돌변'

낮엔 평범한 회사원 밤엔 절도…대학부터 전과 7범
"물건 훔치면 쾌감 느껴"…경찰 지난달 30일 송치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4-03 12:00 송고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범행장소 물색하는 유모씨 (제공 서울 방배경찰서) © News1

"물건만 훔치면 나도 모르게…."

지난달 21일 경찰에 붙잡힌 유모씨(35)는 끝내 고개를 떨궜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며 "이제 다시 절대로 훔치지 않겠다"고 거듭 반성했지만 이미 그의 손에는 차가운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분양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유씨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꼼꼼하고 일처리를 확실하게 해 회사 내에서도 평이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저녁 6시, 퇴근만 하면 유씨는 돌변했다. 편안한 옷을 갖춰입고 검정색 패딩과 모자를 쓰고 서울 서초동 주택가를 두리번거렸다. 불이 꺼진 고급주택을 찾으면 주인이 없나 유심히 살폈다.

주로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침입한 유씨의 손놀림은 마치 '프로'를 방불케 했다. 서랍을 열고 귀금속과 현금 등을 훔친 뒤 그대로 서랍을 닫고 주변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잠시 빼놓았던 창문은 다시 감쪽같이 달아놓았다.

유씨의 이러한 실력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절도 전과만 7범에 '실력자'였다.
그의 첫 범행은 2008년 대학생 시절부터였다. 청소년기 부모님이 이혼한 뒤 서울로 홀로 올라와서 생활했던 그는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절도를 선택했다. 술만 마시면 주변에 훔칠 것이 없나 두리번거렸고 절도에 성공하면 왠지 모를 쾌감에 빠져들었다.

절도의 쾌락에 빠져든 유씨는 점차 헤어나올 수 없는 길로 빠져들었다. 도벽을 치료하고자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2015년 중순 절도 혐의로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출소한 유씨는 회사에 취업해 생활비를 버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또다시 절도 대상을 찾아 나섰다.

유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서초구 고급주택을 골라 16회에 걸쳐 현금과 귀금속 등 6500만원 상당을 훔쳤다. 설 연휴와 주말에는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가 '원정 범행'을 벌이기도 했다.

훔친 금품은 종로 금은방 등에서 처분했다. 한 금은방 업자가 "장물 아니냐"고 의심하자 전화를 받는척 하고 그대로 도망을 가기도 했다. 유씨는 이렇게 마련한 돈을 해외여행 등 유흥비와 인터넷 도박자금 등으로 탕진했다.

경찰에 붙잡힌 유씨는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면서 쾌감을 느꼈다"며 "올해 3월 홍콩에 놀러가서도 클럽에서 물건을 훔친적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는 딱히 빚도 없었고 생활도 괜찮았지만 결국 도벽을 못이겨 계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을 워낙 꼼꼼하게 진행해 절도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집주인도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씨를 지난달 30일 검찰에 송치됐다.


k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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