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시나쿨파] 트럼프는 중국의 간첩?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2017-03-31 16:17 송고 | 2017-04-02 06:52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환경보호 조치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둘러싼 광부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환경보호 조치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둘러싼 광부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 AFP=뉴스1 

최근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최고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NYT) 간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NYT가 미국 언론 중 최초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연루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NYT는 지난해 대선 경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정보기관을 부추겨 민주당 전국위원회 메일을 해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NYT는 트럼프의 행위는 간첩죄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마침내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최근 트럼프-러시아 내통설 조사에 나섰다.  

이후 트럼프가 러시아 간첩일지도 모른다는 농반진반의 우스갯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 나아가 '트럼프는 러시아 간첩이 아니라 중국 간첩'이라는 야유도 나오고 있다. NYT의 유명 칼럼리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의 정책으로 중국이 반사이익을 계속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을 선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국이 세계 자유무역의 수호자인 듯한 모양새가 됐다. 물론 중국은 세계 자유무역의 수호자일 수 없다. 한국에 대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자유무역을 논할 자격조차 없다. 그러나 미국보다는 낫다.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분명히 했는데, 중국은 자유무역을 견지하겠다는 '시늉'이라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보란 듯이 "중국이 자유무역의 챔피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환경 규제완화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요지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예컨대 석탄발전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다. 이에 따라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을 탈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협약이다.

중국 외교부는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은 책임 있는 개발도상국의 일원으로서 파리 기후변화 협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중국이 이처럼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파리협정을 준수함으로써 미국을 대신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임스 카메룬 유엔 기후협상 고문은 "미국이 다국간 협상 무대에서 발을 뺄 경우, 중국에게는 외교적, 경제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미심장한 것은 트럼프가 다시 석탄 발전을 허가한 날, 중국의 투자업체인 텐센트는 최초로 전기차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미국 테슬라의 지분 5%를 인수했다. 트럼프가 화석연료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순간, 중국은 미래의 클린에너지를 선택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뿐 아니라 이민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특히 무슬림 이민 제한을 두고 미국 내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트럼프의 이민제한 조치로 인해 미국으로 유학 가는 학생이 40% 줄어들 것이란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들은 중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최근 해외두뇌 유치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의 영주권 취득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무슬림은 아라비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0’의 개념을 개발한 민족의 후예인 것이다.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트럼프의 선거 구호였다. 지금 트럼프는 '메이크 차이나 그레이트 어게인(Make China great again)'의 초석을 놓고 있다. 이쯤 되면 트럼프가 중국 간첩이라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박형기 뉴스1 중국 전문위원



sinopark@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