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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현장 표심-전북]"아직 찍을지 말지도 결정 못했어"

호남민심에 적극적 구애나선 민주-국민 "거기가 거기"
젊은세대 "일자리보다 나라 바로세우는게 우선"답변도

(전주=뉴스1) 김대홍 기자 | 2017-03-28 06:00 송고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태조로를 걷고 있다./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태조로를 걷고 있다./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최근 한 정치인은 전북의 표심에 대해 ‘선거바람이 늦게 와서 세게 친다’고 표현했다.

평상시에는 표심을 드러내지 않지만 결정적인 때가 되면 어느 한 쪽을 강하게 밀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보수층의 뚜렷한 강자가 없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경우에도 과연 그런 성향이 나타날까?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대선 후보 경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26일 오전 정당행사가 열리는 체육관으로 가기 위해 택시에 올라탔다.

“손님들이 싫어하시기 때문에 요즘은 택시 안에서 정치이야기 별로 안 해요. 먼저 말씀하신다면 몰라도요.”

50대 초반이라고 밝힌 남성 운전자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정치성향을 밝히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다.
20대 때부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당만 지지해 왔다는 그는 이번에도 민주당의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의 집에서 열린 외가친척들 모임에 참석한 외삼촌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전북에서 나고 자라 80대 초반인 외삼촌은 촛불집회와 대통령의 탄핵은 언론의 조작과 남한 내부의 불순세력에 의해 연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외삼촌을 설득해보려 했으나 ‘좋은 날 싸움으로 번질까 싶어’ 그만 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주민들을 만나는 것은 전북에서 드문 일이다.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교정에 활짝 핀 목련꽃 아래로 대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교정에 활짝 핀 목련꽃 아래로 대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정당행사가 열리는 체육관은 지역의 국립대학의 지척에 있어 많은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벤치에 앉아 있던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여학생들에게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올해 4학년인 이민정씨(가명‧23)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자여서 오늘 정당행사에 참석하는 그를 직접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투표는 신분증을 가져오지 못해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씨는 “깨끗한 이미지에 젊은이들에게 호감이 가는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안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지난 총선에서도 자신은 국민의당 국회의원 후보를 찍어 당선됐다고 전했다.

함께 앉아 있던 친구 박효민씨(가명‧23)는 민주당 지지자로 25일 진행된 호남권 ARS여론조사 투표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데 자주 방문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역선택이 우려된다는 글을 보고 직접 경선 참여 전화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친구들과도 대선이나 정치 이야기를 자주 하느냐고 물었다.

박씨는 “전공과도 관련이 있어 정치적인 토론이나 대선 후보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럽다”고 했으나 이씨는 “가까운 친구가 아니면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물었더니, 둘 다 ‘호감’이 가는 후보라는 답을 내놓았다.

또 정책과 공약, 국가 경영 비전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차기정부의 최우선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적폐청산’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청년정책이나 일자리가 아니라서 놀랐다는 말에 “그동안 박근혜 파면 과정에서 오랫동안 묵혀있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드러났고 ‘이게 나라냐’는 구호만큼 당시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말도 없었다”면서 “다음 정부에서는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당차게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당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17.3.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당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17.3.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전주시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2세의 남성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좀처럼 후보는 밝히기를 꺼려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투표를 하지 않다가 오후에 서울에 사는 딸이 ‘문재인을 찍으라’고 성화를 해서 결국 문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안희정은 쓸데없이 대연정으로 시끄럽게 하고, 이재명은 너무 독하고, 문재인은 ‘부산대통령’이라고 했다던데. 이번에 찍을지 말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역대 선거에서 전북은 ‘몰표’에 가까운 응집력을 보인 곳이다.

그러니 ‘바람이 늦게 불고 세게 친다’는 말이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말은 이번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 될 수도 있다.

보수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현재까지 등장하지 않고, 호남 민심에 기댄 두 당이 애정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전북의 표심은 아직 잔잔하다.


95min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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