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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기획] 박찬욱VS홍상수, 김민희의 인생을 바꾼 두 남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7-03-23 11:48 송고
뉴스1 DB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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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가 쏟아졌다. 개성 있는 미모와 고양이처럼 나른한 표정 뒤에 숨겨진 분노, 평생 억압과 교묘한 폭력에 시달려온 일본인 귀족 히데코는 김민희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그 때문일까, 불륜 인정으로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김민희에 대해 '아깝다'는 영화 팬들의 탄식이 쏟아지는 이유는.

김민희는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다. 외신들은 감독의 연출력 뿐 아니라 김민희의 훌륭한 연기에 호평을 쏟아냈고, 여우주연상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데뷔 이래 자신이 맡은 배역을 줄곧 개성있게 소화한 김민희였지만 '연기파'라는 수식어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모델 출신인데다 통통 튀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김민희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계기는 영화 '화차'였다. '화차'에서 사연을 숨긴 채 도망 다니는 의문의 여주인공 차경선 역을 맡은 그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배역을 소화했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과 표정 연기에는 한 여인의 고통스러웠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깊은 여운을 줬다.

'화차' 이후 김민희의 연기력은 재평가됐다. 이후 그는 생활 연기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애의 온도'의 거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를 만났다. 이 영화에서 또 다른 거장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처음으로 출연하게 된 김민희는 유부남과 데이트를 하게 된 매력적인 화가 윤희정 역을 맡아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상업 영화뿐 아니라 예술 영화에서도 훌륭하게 적응하는 모습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정상의 여배우였다.

그리고 배우로서 김민희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 '아가씨'였다. '아가씨'에서 김민희는 신인 김태리와 연인으로 분해 파격적인 동성애 연기를 선보였다. 김태리의 신선한 마스크와 돋보이는 연기력이 주목받았지만, 연기력에 물이 오를대로 오른 김민희의 존재감은 이를 뛰어넘었다. 박찬욱 감독은 "상을 받고도 남을 연기를 했다"라고 칭찬했고, 김민희는 단번에 충무로 캐스팅 '0순위' 여배우로 떠올랐다.
'아가씨'는 김민희에게 대중적인 인기 뿐 아니라 여배우로서의 카리스마를 부여했다.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선배 전도연의 뒤를 이을 여배우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칸의 총아' 박찬욱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국내 작품의 주인공이 된 사건은 김민희를 매력적인 여배우에서 연기파 선배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톱 여배우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아가씨'의 개봉 후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이 터진 것.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의 개봉 전후로 1년여간 소문만 무성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보도됐고,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민희는 이후 해외에서 홍상수 감독과 영화를 찍고 해외영화제에 참석하는 등 초연한 행보를 보였고, 결국 지난 13일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기자간담회에서 관계를 인정했다.

불륜설 보도 후 김민희는 사랑을 받은 만큼 미움을 받게 됐다. '불륜녀'라는 낙인이 찍혔고, 어머니와 홍상수 감독의 아내가 나눈 듯한 SNS 메시지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가족들까지도 욕을 먹게 됐다. 광고에서도 자취를 감췄고, 협찬을 받지 못해 공식 일정을 개인 소장 의상으로 소화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에게 해외영화제 첫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점이다. 홍 감독과의 관계로 배우 커리어의 많은 것을 잃은 김민희에게 배우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 역시 그로 인해 찾아왔다는 점이 인생의 아이러니를 생각하게 한다. 한편 '아가씨'는 최근 열린 아시아 필름 어워드 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기록을 이어가며 명작임을 인증받고 있다. 세계 속 '배우 김민희'의 명성 역시 높아져 간다. 

이 모든 것을 정리해 볼 때, 박찬욱과 홍상수, 두 명감독의 이름은 그 마지막이 어떠하든 김민희의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이름일 것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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