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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기적 이끈' 서남원 감독이 선수들에게…"후회 없이 즐겨보자"

극적으로 3위, PO서 기업은행과 맞대결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2017-03-13 05:45 송고
서남원 감독이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알레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 감독은 만년 하위권이었던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이끌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서남원 감독이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알레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 감독은 만년 하위권이었던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이끌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허허, 이런 날도 오네요."

모두가 최하위로 꼽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뜨리고 지난해 최하위였던 KGC인삼공사는 극적으로 '봄 배구'에 성공했다. 2013-14시즌 이후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상황은 이렇다. 현대건설은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최종전에서 세트스코어 1-3(20-25 25-23 18-25 16-25)으로 졌다. 이날 승점 3을 추가할 경우 자력으로 3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현대건설은 GS칼텍스에 패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14승16패(승점 41)에 그친 현대건설은 3위 KGC인삼공사(15승15패·승점 44)에 밀려 4위에 머물렀다.

현대건설-GS칼텍스전을 숨죽여 지켜보던 서남원 감독은 3세트 현대건설이 패한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숙소에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봤다"면서 "사실 마지막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을 하지 못했다. 끝까지 잘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경기가 끝나고 연락이 닿은 서 감독은 "11일 기업은행전이 끝난 뒤 하루 외박을 줘서 선수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모르겠다. 아마 다들 기뻐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었다.

서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인삼공사 지휘봉을 잡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4-15시즌 도로공사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해 사령탑을 그만뒀던 서 감독은 1년의 재충전 시간 동안 느꼈던 것들을 하나 둘씩 실천으로 옮겼다.
서 감독은 가장 먼저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선수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끄집어냈다. 두 시즌 동안 최하위에 머물며 어두웠던 선수들은 조금씩 표정이 밝아졌다.
밝아진 표정의 KGC인삼공사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밝아진 표정의 KGC인삼공사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세터 이재은이다. 지난 시즌 발목 부상 등으로 코트에 거의 나서지 못했던 이재은이지만 서남원 감독은 무한 신뢰를 보여줬다. 한때 은퇴까지 고려했던 이재은은 서 감독 부임 이후 주전 세터로 발돋움, 이번 시즌 가장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세터 3위에 오른 이재은은 "이렇게 배구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즐겁다"고 했고, 서 감독도 "재은이가 힘든 가운데서도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잘 버텨줬다"고 칭찬했다.

서 감독의 전술적인 변화도 큰 효과를 거뒀다. 이른바 '포지션 파괴'를 통해 약점을 메웠다. 세터였던 한수지를 높이 보강을 위해 센터로 돌렸고, 리베로였던 최수빈과 센터였던 장영은이 센터로 포지션을 바꿨다. 한수지는 블로킹 3위에 오르며 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여기에 루키 지민경을 과감하게 기용했고, 상황에 따라 레프트 김진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 재미를 봤다.

서 감독은 "한수지를 센터로 돌렸던 것이 가장 주효했다"고 돌아본 뒤 "주장이자 리베로인 김해란의 경우에도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수비 리드와 후배들을 컨트롤 해주는 부분에서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행운도 따랐다. 전체 1순위로 데려온 사만다 미들본이 임신을 하는 바람에 시즌 시작 전에 한국을 떠났지만 대체로 데려온 알레나 버그스마(미국)가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다.

서 감독은 "용병을 바꿀 때만 해도 '죽었구나'란 생각도 들었는데 알레나의 기량이 올라오면서 국내 선수들까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알레나가 자기 역할을 너무 잘 해줬다"고 미소 지었다. 여자부 득점 1위, 공격종합 2위인 알레나는 사실상 다음 시즌 재계약을 확정지은 상태다.
KGC인삼공사의 '창과 방패' 역할을 한 알레나(왼쪽)와 리베로 김해란.  / © News1 자료사진
KGC인삼공사의 '창과 방패' 역할을 한 알레나(왼쪽)와 리베로 김해란.  / © News1 자료사진

'탈꼴찌'를 목표로 했던 서남원 감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는 봄 배구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달란 부탁에 "솔직히 기업은행을 상대로 반드시 이기겠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시즌 모토는 항상 같다. 코트 안에서 밝은 표정으로 신나게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내내 서 감독은 "사령탑이란 이기면 온갖 칭찬을 받지만 지면 욕먹는 자리다. '서남원 매직'이란 표현은 과찬이다"고 했다.

서 감독은 "경기를 하면 할수록 '우리가 사고 한번 칠 수 있을까'란 물음표가 있었는데 선수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너무나 잘 해줬다. 나보다 선수들 칭찬을 많이 해달라"고 공을 돌렸다.

인삼공사는 오는 18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정규시즌 2위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1차전을 갖는다. 이번 시즌 상대 전적에선 기업은행이 4승2패로 앞서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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