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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인용]헌재 "미르·K재단 필요했으면 설립 공개했어야"

"공권력 개입 정당화할 기준·요건 법률 제정"
"비밀리에 권한이용…기업 재산권·경영의 자유 침해"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2017-03-10 17:13 송고
박근혜 전 대통령. © News1
박근혜 전 대통령. © News1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65)에게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결정문에 최순실씨(61)의 사익을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립했어야 했다"고 지적해 관심을 모은다.

두 재단은 문화융성과 체육발전을 내세우며 설립됐는데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최씨의 국정농단에서는 불투명한 설립 과정과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강제모금 의혹 등이 큰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최씨는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두 재단에 774억원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상황이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이란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두 재단의 설립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면 공권력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준과 요건을 법률로 정하고 공개적으로 재단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반대로 비밀리에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 하여금 재단에 출연하도록 한 박 대통령의 행위는 해당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문화융성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는 취지에서 비서실을 통해 재단 설립절차를 지원했을 뿐 출연 과정이나 재단 운영에 관여한 적 없다'는 취지의 박 대통령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최씨가 두 재단과 관련해 아무런 직책이나 이해 관계가 없음에도 재단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재단 이사회의 결정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봤다.

최순실씨(왼쪽)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News1
최순실씨(왼쪽)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News1

또 안 전 수석이 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경련 관계자에게 청와대 개입 사실을 비밀로 하라고 요청한 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헌재에 증인으로 나와 안 전 수석의 요청을 받고 자발적 모금이었다고 거짓 증언한 것을 실토한 점 등도 고려했다.

헌재는 특히 두 재단의 위법행위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안 전 수석이 이 부회장에게 전화해 거짓 증언을 지시하고 휴대전화를 폐기한 정황 등도 그 이유로 들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두 재단 설립을 청와대가 지원한 사실을 비밀로 할 이유가 없고 그 뒤 관련 증거를 없애고 위증을 지시할 이유도 전혀 없다"며 "관련자 등의 증언과 진술에 비추어 보더라도 박 대통령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일련의 행위는 기업의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는 단순한 의견 제시나 권고가 아닌 구속적 성격을 지닌 것"이라며 "법적 근거와 절차를 따랐어야 하는데 자신의 권한으로 기업의 사적 자치 영역에 간섭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직접 또는 안 전 수석을 통해 대기업 임원 등에게 두 재단에 출연할 것을 요구했다고 봤다. 기업들은 재단의 설립 취지나 운영 방안 등 구체적 사항은 모른 상황에서 서둘러 출연했고 재단 운영에 관여하지도 못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통령의 광범위한 권한과 영향력, 비정상적인 재단 설립 과정, 운영 상황 등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으로부터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들은) 이에 응하지 않으면 기업 운영이나 현안 해결과 관련해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등으로 사실상 박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는 단순한 의견 제시나 권고가 아닌 구속력 있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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