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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분수령'…警, 평화관리 기조 유지할까

불복 따른 과격행위, 탄핵 찬반 양측 충돌 예상
이 청장 "전략적 인내" 언급, 이날 '갑호비상령'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7-03-10 05:30 송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 도로가 경찰병력과 차벽으로 통제되고 있다. 경찰청은 탄핵심판 선고날 서울 지역에 최고 경계 태세인 갑호비상령을, 전날인 9일과 11일 이후엔 을호비상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2017.3.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 도로가 경찰병력과 차벽으로 통제되고 있다. 경찰청은 탄핵심판 선고날 서울 지역에 최고 경계 태세인 갑호비상령을, 전날인 9일과 11일 이후엔 을호비상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2017.3.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10일 오전 11시를 전후로 대한민국의 치안질서는 일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심판의 날'인 이날을 기점으로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하는 진영의 과격 행위는 물론, 탄핵 찬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까닭이다. 그간 '평화적인 집회 관리'를 원칙으로 했던 경찰의 대응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집회시위 역사 새로 쓴 평화집회, 경찰도 평화관리

경찰은 평화적인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0월29일 1차 촛불집회 이후 우리 사회 집회·시위 문화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만큼 '평화집회'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넉달 넘게 이어진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먼저 평화를 외쳤고, 경찰도 물대포 등 강제 진압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평화적인 관리로 화답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인근에 살수차를 세워뒀지만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 대기하는데 그쳤다.

시민들은 이에 응답하듯 삭막했던 경찰 차벽에 '꽃스티커'를 붙였고, 경찰청장이 스티커를 떼지 말 것을 지시해 '꽃벽'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 이른바 '태극기 집회' 세가 불어나고 일부 극우세력의 극단적인 선동과 자해·암살 예고 등으로 분위기가 달라지는 와중에도 경찰의 평화적인 집회 관리 기조에 큰 변화는 없었다.
  
경찰이 촛불과 태극기를 격리하기 위해 광화문광장 남측 종로대로에 세워둔 차벽이 남과 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연상케 해 '광화문DMZ'란 말이 등장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결판나는 이날,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세력의 과격·불법 행위와 이로 인한 양측의 물리적 충돌로 경찰이 강력한 공권력을 발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전날 양측이 주최한 막판 총력 집회에선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경우 헌재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터져나왔다.
 
◇이철성 청장 "최악의 상황 대비하라"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날 주재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헌재 판결을 방해하거나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대처해달라"면서 집회관리 기조 변경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 청장은 "(불법 행위 등에 대한) 전략적 인내 후 상황에 맞는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 앞으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될 경우 경찰 역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천명한 셈이다. 이에 물대포 등 과격 시위용 진압 장비가 등장하고 대규모 연행 등 강제 해산 절차가 단행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일단 이날 자정을 기해 서울 지역엔 하룻동안 갑호 비상령이 발령된 상태다. 갑호비상령은 경찰의 최고 경계 태세로 대규모 집단사태 등으로 치안질서가 극도로 혼란할 때 발령된다. 
 
갑호비상령이 떨어지면 가용 경찰력 전원이 비상근무에 돌입하게 된다. 경찰관의 연가 사용이 중지되고 모든 지휘관과 참모가 정해진 위치에서 근무하는 게 원칙이다. 

11일부터는 별도의 명이 있을 때까지 을호 비상령이 유지된다. 을호 역시 경찰관의 연가가 중지되고, 가용경력의 50%까지 동원 가능하다.
 
한동안 혼란이 극심하겠지만 '소요' 수준으로 치닫지는 않아 경찰 역시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19회에 걸친 촛불집회, 태극기집회가 큰 문제없이 진행된 것으로 미루어 갑자기 과격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다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갑호 한단계 아래인 을호 비상 경계 태세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탄핵 찬반 양쪽이 직접 부딪히는 물리적 충돌은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물대포 등 진압장비 사용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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