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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동영상' 유포 천리마민방위…실체없는 유령단체?

탈북민들 "들은 바 없다" …탈북자 위장단체라는 분석도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2017-03-08 22:10 송고 | 2017-03-09 08:57 최종수정
 
 
최근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등의 탈출을 도왔다고 주장하는 '천리마민방위'라는 단체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한솔은 유튜브에 올린 40초 분량의 영상에서 "내 이름은 김한솔"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뒤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다"고 밝혔다. 
상복으로 추정되는 검은 상의를 입은 김한솔은 여권을 보여주고, 옅은 미소를 보이는 등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다.

또한 영상 오른쪽 상단에 자리한 '천리마민방위' 로고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둥근 원을 둘러 천리마민방위(Cheollima Civil Defense)라는 글자가 쓰여 있고, 중심에는 나침반 바늘 모양의 도형이 그려져 있다.

천리마민방위의 영문이름을 주소로 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북조선사람들에게'라는 편지 형식의 글을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다.
단체는 이 글에서 "탈출을 원하시거나 정보를 나누고 싶은 분은 우리가 지켜드리겠다. 어느 나라에 계시든지 가능하다. 가시고 싶은 곳으로 안전히 보내드리겠다. 여러 북조선 사람을 벌써 도와온 우리는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단체는 통일부와 탈북민들에게 "우리가 아는 단체가 아니다", "처음 들어본 조직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유령조직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생소한 단체다.

탈북민 출신 최경희 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단체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천리마'와 '민방위' 모두 북한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라면서 "다만 북한에서는 따로 따로는 많이 쓰지만 이 조합 자체는 이색적이다. 탈북민이 아닌 전형적인 인권운동가나 북한을 잘 아는 바깥세계 사람들이 이름을 붙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해외 망명조직 내지는 북한 반(反)체제 조직을 가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 "기존에 있던 조직이라기보다 김한솔과 관련해 급조된 조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북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의 단체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한솔이 신변위협으로 인해 몸을 숨긴 뒤 동영상을 통해 '망명하고 싶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발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일각에선 이 단체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 뿐 해외에 체류중인 북한 간부 또는 주민의 도피, 망명을 돕기 위해 해외 탈북자들이 만든 민간단체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천리마민방위 홈페이지에서 한글과 영문을 혼용해 사용한 점 △'주조선-주한 네덜란드 대사' 표현에서 조선(북한)을 한국보다 앞세운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천리마라는 용어는 매우 빠른 속도를 강조할 때 사용되므로 '천리마민방위'라는 이름은 매우 신속하게 북한 주민의 도피를 돕는 단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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