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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 가진 툴젠 "유전자가위는 현대판 금속활자"

[바이오 프런티어] 김종문 툴젠 대표이사
희귀질환 치료제 이어 농식물 사업까지 진출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17-03-06 08:05 송고 | 2017-03-06 15:00 최종수정

김종문 툴젠 대표는 "툴젠의 유전자가위는 현대판 금속활자"라고 강조했다. © News1 이동원 기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확보한 현대판 금속활자예요. 국내 작은 회사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툴젠의 김종문 대표의 말에는 자부심이 잔뜩 실려 있다. 첨단기술로 손꼽히는 유전자가위를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려시대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것만큼이나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유전자가위는 1세대 징크핑거, 2세대 탈렌(TALEN)을 거쳐 현재 3세대 크리스퍼(CRISPR Cas9) 기술이 주류를 이룬다. 툴젠이 개발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살아있는 세포에서 유전체 특정 위치를 잘라 유전정보를 바꾸는 바이오 기술이다. 

김 대표는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지만 사람에게 유전자가위를 안전하게 적용하는 길이 열리면 최소 수조원대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원천특허를 확보하는 게 핵심인데 이미 한국과 호주에서 특허등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유전자가위는 희귀난치병 치료뿐 아니라 동식물 육종에 이르기까지 적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원천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바이오기업의 미래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툴젠은 손과 발 근육이 쪼그라드는 유전자 변이 희귀질환 '샤르코-마리-투스병'와 피가 멈추지 않는 '혈우병'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이르면 2018년 혈우병 치료제의 임상1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근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개량형 유전자가위'를 만들고 병충해를 잘 견디는 사과와 포도세포 유전체를 교정하는데 성공했다.

치료제 개발이 목표인 바이오벤처가 동식물 분야까지 손을 뻗은 건 '살아남아야 한다'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연구용 시약과 유전자가위 기술 판매만으로 성장기업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사업영역을 넓힌 것이다. 

김 대표는 "제가 툴젠에 합류한 첫해인 2012년만 해도 빚 안지고 직원들 월급 주는 게 목표일 정도였다"면서 "당시 4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20억원까지 늘었다"고 강조했다. 동식물 육종사업이 든든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한 덕분이었다고 한다.

툴젠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김 대표는 사실 바이오업계가 아닌 정보통신(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젊은시절 한국IBM에서 근무하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는 두루넷의 설립 원년멤버로 합류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젊지 않은 나이에 유학길에 올랐고, 이를 계기로 바이오산업에 눈을 떴다고 한다. 김 대표는 "툴젠 공동창업자인 김진수 서울대 교수가 2008년 개발한 1세대 유전자가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바이오벤처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 교수가 함께하자고 해 툴젠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문 툴젠 대표는 미국과 달리 척박한 국내 바이오업계 투자환경을 아쉬워했다. © News1 이동원 기자

올해로 설립 18년차를 맞는 툴젠은 '유전자가위'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까지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한 세계 유일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내에서 벌어진 유전자가위 특허소송으로 툴젠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특허청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소송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하버드대학교가 공동설립한 브로드연구소 손을 들어줬다. 소송을 제기한 UC버클리대는 브로드연구소보다 7개월 먼저 특허를 출원하고도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결정은 '선발명주의(2013년 3월 선출원주의로 개편)' 원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브로드연구소의 승소는 툴젠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선발명주의'는 특허를 먼저 출원했어도 발명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유전자가위에 대한 미국 특허는 UC버클리대가 2012년 5월에 출원했고, 툴젠이 10월, 브로드연구소가 12월에 했다.

김 대표는 "연방특허청은 핵을 가진 진핵세포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사용을 실험으로 입증한 브로드연구소 특허를 UC버클리대와 중복되지 않은 차별화된 기술로 인정했다"며 "이 결정대로라면 브로드연구소와 기술격차가 없으면서 특허출원(가출원)이 2개월 더 빠른 툴젠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를 묻자 김 대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소송비용만 최소 100억원이 드는 데다 현지에서 특허심사가 진행이므로 급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선 경쟁업체보다 특허출원이 더 빠르다. 김 대표는 브로드연구소가 툴젠과의 소송 대신 특허사용료를 배분하는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을 투자받은 툴젠은 미국의 투자환경이 부럽다고 한다. 그는 "2013년 툴젠과 규모가 비슷했던 미국 유전자가위 스타트업 에디타스는 기술력만으로 3000억원대 자금을 끌어모으고 나스닥에도 상장했다"면서 "참 부러운 투자 환경"이라고 아직까지 척박한 국내 바이오업계 투자환경을 아쉬워했다. 

현재 에디타스는 자금력을 무기로 응용특허를 대거 확보해 경쟁업체와 기술격차를 벌여가고 있다. 반면 툴젠은 해외특허 문제를 이유로 코스닥 상장 시도만 세 차례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란…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는 살아있는 세포에서 유전체 특정 위치를 잘라 유전정보를 바꾸는 기술이다. 주로 박테리아 일종인 '화농연쇄상구균(S. Pyogenes)' 면역시스템에서 유래한 효소(알엔에이와 단백질복합체)가 진핵세포(핵이 있는 세포)에서 작동한다. 특정 위치에 있는 유전자가 뒤집혀 발생하는 희귀질환 혈우병 등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툴젠은 동물실험(쥐)에서 주사제 형태로 유전자가위를 주입했다. 이 유전자가위는 이동수단인 '전달 바이러스'를 타고 유전자가 망가진 세포까지 이동한다. 이후 세포 속에 들어간 유전자가위가 작동해 망가진 유전자를 잘라낸다. 동물실험에서 유전자를 자르는 정확도가 100%에 육박했다는 게 툴젠의 설명이다. 유전자가위로 잘린 유전자는 '디엔에이(DNA) 복구' 과정을 거쳐 다시 붙는다. 이 기술을 향후 사람에게 안전하게 적용하면 희귀·유전질환을 치료하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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