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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어려워서"…주택가에 1만6천명 투약 마약공장

목공예작업으로 위장…환풍기까지 설치
경찰, 제조 판매자와 투약자 등 12명 구속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7-03-02 12:00 송고 | 2017-03-02 14:49 최종수정
 
 
취업이 안되자 생활비 마련을 목적으로 서울 주택가에서 필로폰을 직접 만들어 이를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판매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필로폰을 직접 제조해 판매한 황모씨(32)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또 황씨로부터 필로폰을 구입해 투약한 혐의로 김모(44)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차모씨(24) 등 3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와 함께 황씨가 미처 판매하지 못한 필로폰 371.57g 역시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 1월9일까지 서울 용산구 주택가에 위치한 거주지에서 500g에 달하는 필로폰을 제조해 이를 50여명에게 판매, 2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다. 황씨가 제조한 필로폰 500g은 16억원 상당으로, 1만6666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 조사결과, 황씨는 필로폰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심한 악취에 대비, 목공예공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접착제와 페인트 등 화공약품을 구입해 냄새를 위장했다. 또 필로폰을 만들던 지하실 외벽을 모두 막고 대형 환풍기를 설치하는 한편 방독면까지 착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용산구의 한 건물 지하에 거주하던 그는 집주인에게 "목공예를 한다"고 거짓말을 한 뒤 인근 약국과 철물점 등에서 황산 등 필로폰의 원료물질을 대량 구입해 주로 사람들이 잠든 심야시간에 필로폰을 만들었다. 
그는 직접 제조한 필로폰을 동성애 관련 사이트 등에 올리고 연락이 온 사람과는 기록이 남지 않는 SNS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 받았다. 황씨는 필로폰 5g을 30만원에서 40만원에 팔아 넘겼는데, 평균적으로 필로폰 0.8g이 70만~80만원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저렴하게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인터넷 상의 판매 글을 보고 연락해 온 무직자, 대학생, 유흥종사자 등에게 '던지기 식'으로 필로폰을 전달했다. '던지기 식'이란 구매자가 특정장소에 돈을 두고 가면 판매자가 그 돈을 회수하고 또다시 특정장소를 정해 필로폰 등 마약을 전달하는 수법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황씨는 졸업한 지 7~8년 지나도 취업이 안되자 생활비 마련을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그는 마약 관련 전문서적을 통해 독학으로 필로폰 제조 방법을 연구하고 주거지 주변에 있는 약국 등에서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원료물질을 구입했다. 

황씨는 필로폰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필로폰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투약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황씨로부터 필로폰을 사들인 이들을 계속해서 수사하는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인터넷과 SNS 상에서 마약판매 광고글을 차단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사범을 조기에 검거해 연간 수십㎏의 필로폰이 제조돼 국내에 확산, 유통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했다"고 밝혔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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