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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문제, 영어단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어요

금천 청소년 영어뮤지컬 '레미제라블 스쿨에디션'
"나를 찾게해주는 나침반"…인근 지역에도 입소문

(서울=뉴스1) 정혜아 기자 | 2017-02-26 06:00 송고
24일 서울 금천구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청소년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 스쿨에디션' 공연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금천구 제공). 2017.2.24 © News1
24일 서울 금천구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청소년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 스쿨에디션' 공연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금천구 제공). 2017.2.24 © News1

"Who am I(나는 누군가)? Who am I(나는 누군가)? I am Jean Valjean(나는 장발장)."

24일 오후 7시 서울 금천구 금나래홀. 청소년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 스쿨에디션'에서 장발장 역을 맡은 노용원군(안양예고 3학년)이 고뇌하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그는 도둑질로 감옥에 갔던 어두운 과거까지 포용한다.
장발장은 자신의 가석방 신분을 숨기고 개명해 넉넉하고 안온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 때 자신과 닮은 한 사내가 장발장으로 몰려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낮은 목소리로 의문을 던지며 읊조리던 노군(장발장역)은 포효하는 아리아로 자신이 장발장임을 인정한다. 노군의 노래에는 '행복은 성적순'인 대한민국에서 자신을 억눌러야 하는 청소년의 아픔이 담겨있는 듯 했다.

청소년기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전쟁터와 다름없다. 하지만 금천구는 '수학 문제 한 개, 영어 단어 한 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믿음으로 청소년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 스쿨에디션'을 시작했다. 노군처럼 자신의 고민을 극 중 인물의 행동을 통해 풀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로 4년째를 맞아 이제 금천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2차례만 하던 공연은 올해 24일과 25일 각 2회씩 4차례로 늘어났다. 560석 규모의 공연장은 행사 일주일 전에 모두 찼다.
호응이 좋은 만큼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청소년들도 늘었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50명 제4기 학생단원 모집에 250명이 넘게 지원했다. 금천구는 물론 광명과 안양 등 경기 인근지역 청소년까지 참여했다. 선발된 청소년들은 3개월 동안 기초, 숙련, 집중, 완성 과정 등의 연습을 통해 공연을 준비했다.

24일 서울 금천구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청소년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 스쿨에디션' 공연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금천구 제공). 2017.2.24 © News1
24일 서울 금천구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청소년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 스쿨에디션' 공연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금천구 제공). 2017.2.24 © News1

금천 청소년 영어 뮤지컬은 청소년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꿈을 찾아주기도 한다.

마리우스역을 맡은 한지훈군(계성고 1학년)은 "이번 레미제라블 공연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고 새로운 꿈과 마주하고 있다"며 "제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사건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기 학생단원이었던 두아인씨는 레미제라블 공연을 계기로 관련 학과에 진학해 뮤지컬 제작자의 길을 걷고 있다. 두씨는 "레미제라블은 학창시절의 멋진 추억이자 현재의 나를 알게 만들어주는 나침반과 같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뮤지컬이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차성수 구청장은 "금천 청소년들은 레미제라블로 자신감을 갖고 꿈을 키워왔다"며 "학교 울타리를 넘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천구는 청소년을 위한 뮤지컬 교육기관 건립을 위해 50억원 가량을 마련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올해와 내년 30억원 정도를 지원받고 구비로 20억원을 투입한다. 

영어뮤지컬인 '레미제라블 스쿨 에디션'에는 유일하게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가 있다. 민중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자는 '원데이모어(one day more·내일로)'는  청소년 배우들의 합창으로 우렁차게 무대를 울렸다. 청소년이 내일의 주인임을 스스로 선언하는 듯한 감동적 클라이막스였다.

"내일이면 시작되리. 민중들이 깨어나 새로운 세상 열리는 날. 너는 듣고 있는가. 내일로. 내일로. 내일은 멀리 떠나리. 내일은 정의 세울 날. 내일이 오면 신이 뜻한 바를 알게 되리라. 내일에는 내일은 내일로."


wi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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