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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잣집으로 시작한 길고양이 쉼터 "구청 명물 됐어요"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17-02-23 09:05 송고 | 2017-02-23 10:59 최종수정
'어울쉼터'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유기묘. 사람의 손길을 즐기고 있다. © News1
'어울쉼터'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유기묘. 사람의 손길을 즐기고 있다. © News1

"쟤가 '강동이'예요. 4년 전 손바닥만 할 때부터 이곳에서 산 쉼터 대장이에요. 구청 직원이 직접 분유를 먹여 저렇게 키운 거지요. 저 아이부터가 시작이었어요."

최재민 강동구청 반려동물팀장은 젖소 무늬 털옷을 입고 있는 덩치 큰 고양이를 가리켰다. 강동이는 옥상을 유유자적 걸어다니며 햇볕을 쬐더니 난간에 앉아 눈을 감고 일광욕을 즐겼다.
한편에선 '놀이판'이 벌어졌다. 옥상에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구청 직원들이 긴 풀을 낚싯대처럼 움직이며 고양이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자신들과 놀아주는 직원들이 좋은지 펄쩍펄쩍 뛰어놀다가도 발에 얼굴을 갖다대고 비볐다. 길고양이 10여 마리와 사람들이 자연스레 어울려 노는 곳,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 옥상에 만들어진 '길냥이 어울쉼터'다.
4년 전 구청 직원들이 판자로 만든 길고양이 집. 지금은 옥상 한 편에 놓여 있다. © News1
4년 전 구청 직원들이 판자로 만든 길고양이 집. 지금은 옥상 한 편에 놓여 있다. © News1


지난 14일 새롭게 단장한 어울쉼터의 모습. (사진 강동구청 제공) © News1
지난 14일 새롭게 단장한 어울쉼터의 모습. (사진 강동구청 제공) © News1

'사람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라는 의미의 '어울쉼터'는 보호 및 치료가 필요한 유기묘들이 입양을 갈 때까지 지낼 수 있도록 마련한 장소다. 최 팀장은 "강동이를 시작으로 구청에 유기묘들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직원들이 직접 판자와 스티로폼으로 임시 집을 만든 것이 쉼터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구청 옥상에서 생활하게 된 유기묘들의 관리는 '캣맘'들이 맡았다. 강동구에 기반을 둔 '캣맘'들의 모임인 미우캣보호협회의 회원 10여명이 안타까운 유기묘들의 사정을 헤아려 돌아가며 매일 사료와 물을 챙겼다. 아픈 고양이들의 치료와 중성화 수술에도 앞장섰다. 
강동구청과 미우캣보호협회의 노력이 이어진지 약 3년이 지날 즈음, 쉼터에 도움을 주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유기묘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집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직원들이 만든 '판잣집' 자리에 열판, 난로, 열적외선 등을 갖춘 알록달록한 길고양이 집이 들어섰다.  

최 팀장은 "어울쉼터를 구경하러 오는 주민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주변 초등학생들도 찾아와 길고양이들과 놀아주고 있다"고 했다. 
따뜻한 '어울쉼터' 안에서 졸고 있는 유기묘. © News1
따뜻한 '어울쉼터' 안에서 졸고 있는 유기묘. © News1

어울쉼터 고양이들의 사연은 딱하다. 술 마신 주인에게 눈을 찔려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은 '먼지'부터 '잘 키워달라'는 메모와 함께 박스에 담긴 채 구청에 버려진 '설기'까지 하나같이 짠한 고양이들뿐이다.

김미자 미우캣보호협회 대표는 "모두 한 많은 고양이들이기에 잘 돌보다 좋은 입양처가 생기면 보내고 있다"면서 "지난해엔 20마리에게 가족을 찾아줬다"고 자랑했다. 

구청 직원들과 봉사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유기묘들을 안락사시키지 않고 끝까지 보호해준다는 것을 안 일부 시민이 고양이를 구청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심효힐 주무관은 "전화로 '고양이를 받아줄 수 없느냐'고 문의하는 건 물론 구청 앞에 고양이를 놓고 그냥 가는 경우도 많다"면서 "특히 고양이들의 산란기인 봄만 되면 속수무책일 정도"라고 토로했다. 심 주무관에 따르면 최근에도 다른 자치단체의 주민이 어린 고양이를 쉼터 앞에 버리고 갔다. 

김 대표는 "고양이를 버리고 싶다는 연락을 받을 때면 힘이 빠지곤 한다"면서 "측은함이나 호기심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건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어울쉼터' 한 편에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 아래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들. © News1
'어울쉼터' 한 편에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 아래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들. © News1



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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