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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경력 육당·춘원 기리는 문학상 현실로…문인들 반발

동서문화사 지난해 12월 '육당학술상''춘원문학상' 제정하고 시상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2-22 15:04 송고
육당학술상과 춘원문학상 시상식 장면(동서문화사 제공)
육당학술상과 춘원문학상 시상식 장면(동서문화사 제공)


친일경력을 가진 문인들인 육당 최남선(1890∼1957)과 춘원 이광수(1892∼1950)를 기리는 상이 제정되어 지난해 12월12일 시상식까지 치러진 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문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친일문학상도 폐지해야하는 판국에 친일지식인의 거두(巨頭)였던 두 인사를 기리는 상을 새로 제정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상을 제정한 측의 목소리도 강경해 양쪽의 대립은 계속될 전망이다.    

출판사 동서문화사에 따르면 제1회 육당학술상은 전성곤 중국 베이화(北華)대학 교수, 제1회 춘원문학상은 원로 소설가 박순녀씨에게 돌아갔다. 상을 제정한 동서문화사는 이미 지난해 12월 시상식까지 치른 것을 일부 단체들과 문단내의 반발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21일에야 보도자료를 냈다.

동서문화사의 고정일 대표는 "한국 학계와 문단의 대표인 육당과 춘원을 빼놓고 우리 사학과 문학을 논할 수 없다"면서 "이들은 도쿄 2‧8독립선언, 서울 3‧1독립선언 등 독립운동을 하고 옥살이도 했는데, (그들의) 내재적 독립운동을 이해 못하고 그들의 선구적 업적을 폄하해선 안 된다"면서 상 제정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이 상을 제정한 출판사나 심사위원, 수상자 모두가 대단히 치욕스럽다는 것을 언젠가 절감하게 될 것"이라면서 "친일파라면 정치인들은 후손까지도 비판받는 시대에 (정치인보다) 더 역사의식이 강해야 할 학자들이나 문화예술인이 어떻게 이런(상을 주고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인 맹문재 시인 역시 "적폐청산을 하자고 국민들이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말이 안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육당과 춘원은 호소력이 뛰어난 연설이나 글로 많은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보낸 이"라면서 "비판의 대상이지 문학상을 만들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육당학술상과 춘원문학상 심사에는 박현태 전 동명대 총장, 정명숙 전 숙명여대 교수, 신상웅 중앙대 명예교수, 최공웅 전 서울고등법원장, 최박광 성균관대 교수, 김계덕 시인, 육당 최남선 연구가인 김현경 씨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육당연구학회와 춘원연구학회의 창립멤버들이기도 하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친일 문인 42명 가운데 이미 김기진·김동인·노천명·모윤숙·서정주·이무영·조연현·채만식 등이 그들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나 시비 등으로 추모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문인들은 친일문학상의 철폐가 역사적 과제라고 보고 있다. 작가회의는 다음달 25일 '친일기념문학상 어떻게 폐지할 것인가'를 주제로 내부토론을 가질 계획이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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