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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에 고성·막말 김평우 변호사…정당한 변론권 행사 논란

"일탈, 부적절한 행동" vs "문제될 것 없어"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2-21 13:34 송고 | 2017-02-21 15:57 최종수정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5차 공개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2017.2.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재판부를 향해 고성을 지른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의 언행이 정당한 변론권 행사였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률가들은 김 변호사가 이정미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을 향해 내뱉은 고성과 모욕적 언사를 두고 변론권 행사의 범위를 일탈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변호사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징계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김 변호사의 언행이 정당한 변론권 행사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 다음 기일에 변론하라는 재판부에 고성·막말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5회 변론기일에서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가 변론을 다음 기일에 하라는 재판부의 소송 지휘에 격분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게 삿대질을 하며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해요" "왜 (재판을)함부로 진행하고 그래요"라고 고함을 질렀다.
변론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이중환 변호사는 "변호인이 변론을 하는데 그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판부의 공정성에 상당히 의구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발언에 따르면 헌재가 김 변호사가 원하는 시간에 변론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정미 권한대행은 김 변호사의 변론 요청에 서너차례 다음 기일에 충분한 변론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변호사가 이날 꼭 변론을 해야겠다고 주장을 계속했고, 결국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심판정 내에서 고성을 지르며 이정미 권한대행에게 모욕적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론을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김 변호사의 언사는 재판장의 명령에 대한 불복이나 재판 방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즉 김 변호사의 언행은 정당한 변론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지적이다.

◇ 법조계 기수 문화에 젖어 헌재 권위에 도전…"상당히 부적절" 

법률가들은 김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고성과 막말을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법조계 선후배 사이의 권위적 문화를 지목한다.

김평우 변호사는 국내 거대 로펌인 ‘세종’의 창립자다. 사법시험 8회로 현재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기수가 가장 높은 김이수 재판관(19회)보다도 열 한 기수 차이가 난다.

법률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김 변호사가 자기보다 기수가 낮은 재판관들로 구성된 재판부를 향해 부적절한 언사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보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서석구, 이동흡, 김평우 변호사 등은 재판관들보다 한참 기수가 높은 법조계 선배들"이라며 "법조계에서는 현직 재판관들보다 자기가 훨씬 선배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냐는 등의 법정모독적인 발언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변호사들 역시 같은 맥락의 비판을 하고 있다. 나승철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는 "김평우 변호사의 발언 내용을 보면서 일종의 권위의식을 갖고 변론에 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언성을 높이며 재판부를 향해 삿대질을 하는 행동 등은 선배라는 권위의식을 갖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일부 높은 기수의 법조인들이 상대방 대리인, 심하면 재판부까지 자신의 후배라고 여기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관이 자기의 법조계 후배라고 여기지 않는 한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냐'는 등의 발언을 할 수 있는 변호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선 긋기 나선 대통령 측 대리인단…"문제될 것 아니라고 생각"

대통령 측 대리인단 소속 서석구 변호사는 21일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평우 변호사의 언행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며 "김평우 변호사님은 헌재의 입장을 존중해서 자제를 했다"며 "더 이상 하지 않았으니까 그것 가지고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서석구 변호사가 이러한 발언을 하며 선긋기에 나선 것은 김 변호사의 부적절한 언행이 형법상 법정모욕 또는 변호사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138조(법정 또는 국회의장 모독)가 "법원의 재판 또는 국회의 심의를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법정이나 국회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모욕 또는 소동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서석구 변호사는 김평우 변호사가 더 이상 언성을 높이며 항의를 하지 않아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역 변호사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나승철 변호사는 "김평우 변호사 경우를 떠나 변호사 언행을 너무 제약할 경우 변호사 변론이 위축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변호사 감치나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를 하는 것은 반대했지만, 재판부에게 삿대질을 하거나 언성을 높이면서 항의한 내용이 변론의 내용이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명백하게 정당한 변론권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재판부가 변론 기회를 안 주는 게 아니라 22일 변론 기회를 충분히 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소송지휘권은 재판부에 있으니 재판부를 따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김 변호사의 행위가 헌재의 엄정함과 권위를 무시하는 행위로 헌법질서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정의 엄정함과 법정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은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한 것"이라며 "대한변협이나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변호사에 대해서는 최소한 주의조치나 김평우 변호사의 경우에는 징계절차에 착수해 징계여부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헌재가 지금까지 대통령 측의 재판 지연시도 등 헌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용인해 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는 헌재의 권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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