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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질환③]꿈의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유전자가위'

전세계 연구경쟁 달아올라…적용범위 무궁무진
유전병 치료부터 과실류 육종까지 산업적 가치 커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7-02-19 07:00 송고
유전질환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 News1 
유전질환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 News1 

궁극적인 유전질환 치료해법으로 떠오르는 '유전자 가위'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유전자 가위는 세포 속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자르고 조정하는 의학기술로,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지난 2015년 '최고의 혁신기술'로 선정했다. 주로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희귀질환을 치료한다.

한번 피가 나면 멈추지 않는 혈우병은 대표적인 유전질환이다. 현재까지 완치법이 없지만 국내 바이오벤처 툴젠 등이 개발한 '유전자 가위' 기술이 치료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혈우병은 유전자 특정 부위가 뒤집혀 생기는데,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 동물실험이 성공해 향후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될 전망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세대와 2세대를 거쳐 3세대 유전자 가위까지가 잘 알려져 있다.

1세대 유전자 가위는 '징크핑거 뉴클레아제(ZFN)'이다. 1980년대 아프리카 발톱개구리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발견한 개구리 디엔에이(DNA)에 붙은 특정 단백질이다. 이 구조를 분석한 결과, 손가락 모양인데다 그 안에 아연(Zinc) 이온이 담겨 있어 '징크핑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징크핑거 단백질은 특정 유전자(DNA로 구성)의 염기서열 부위에 붙어 유전자 작동을 조절한다. 특히 이 징크핑거에 연결시킨 뉴클레아제가 바로, 질환을 유발하는 변이 유전자를 절단시키는 역할을 한다. 뉴클레아제는 DNA나 RNA 등 핵산에 대한 분해효소(단백질)를 일컫는다.
2세대 유전자가위로 개발된 것은 식물성 병원체에서 유래된 '탈렌(TALEN)'이다. 탈렌은 징크핑거에 비해 인식하는 유전자 염기서열 수가 더 많아 상대적으로 치료 효율성이 크다.

다만 1·2세대 유전자 가위는 인식하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10개 내외에 불과하고 제작과 활용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한 3세대 유전자가위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캐스9(CRISPER Cas9)'는 보다 만들기 쉽고, 기술의 정확도나 효율성이 더욱 크다. 크리스퍼 캐스9의 구조는 변이 유전자에 결합하는 가이드 알앤에이(RNA)와 해당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는 캐스9(Cas9) 뉴클레아제 단백질로 구성된다. 이 중 가이드 알앤에이를 다른 알앤에이로 교체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유전질환 치료를 위한 유전자 가위를 만들 수 있어 응용범위가 넓다.

크리스퍼는 사람 몸에서 꺼낸 세포 속 유전자를 교정한 뒤 다시 집어 넣거나, 직접 몸에 들어가 유전자를 치료하는 두 가지 작용이 모두 가능하다. 자체가 의약품이기보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치료법으로 볼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 툴젠이 개발 중인 치료기술은 모두 크리스퍼를 활용한다. 회사 측은 손과 발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자 변이 희귀질환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와 '혈우병 유전자교형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두 치료제는 현재 전임상(동물실험) 과정으로 올해 안에 종료될 예정이다.

획기적인 연구 성과도 쏟아지고 있다. 앞서 중국의 한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돼지의 근육발달 억제 유전자를 잘라내, 근육량을 크게 키운 개량돼지를 만들었다. 또 다른 중국 연구진은 2015년 4월 인간배아에서 빈혈 유전자 제거에 성공하기도 했다. 당시 인간 생식세포를 사용해 '연구윤리를 저버리고 도를 넘었다'는 비난도 나왔지만 2년 만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규제를 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연구경쟁이 치열하면서 3세대 유전자 가위에 대한 특허분쟁도 발생했다. 지난 16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 연구진을 상대로 미국 특허청 '3세대 유전자 가위기술 특허소송'에서 이겨 특허권을 유지했다. 

앞서 UC버클리 연구진은 자신들이 먼저 발명한 기술이라고 특허청에 심사를 요구했다. 특허출원은 UC버클리측이 먼저 했으나, 이번 특허 심사위원들은 상대방 기술이 UC버클리측 기술과 차별화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의 제기 등을 통해 특허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적잖은 상황이다.

현재 3세대 유전자 가위 시장은 유전질환 치료뿐 아니라 과실류 육종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가 넓다. 앞으로 연구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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