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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살리듯 동네서점, 헌책방도 지켜야죠"

[인터뷰]이정수 신임 서울도서관장
"공공도서관 목소리 모을 협의체 추진"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7-02-19 07:00 송고 | 2017-02-20 11:08 최종수정
이정수 신임 서울도서관장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2.16/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이정수 신임 서울도서관장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2.16/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 단골후보로 거론되고 지난해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했지만 정부 조사결과(2015년 기준) 국민 10명 중 약 4명은 1년에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중소서점은 하나둘 문을 닫고 출판사는 경영난에 허덕인다.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에 쏟는 관심에 견줘 독서문화 선진화에 대한 자각은 미흡하다.

올해부터 서울시의 대표공공도서관인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건물)을 책임지게 된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영화 '미 비포 유'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전신마비환자 윌의 간병을 맡게 된 루이자는 그에게 삶의 애착을 되찾아주고 싶어한다. 고민 끝에 그가 찾은 곳은 도서관. 책더미 속에서 윌의 마음을 움직일 단서를 찾는다.
"요즘 우리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책이나 도서관을 찾는 것보다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해결해요. 정보를 추구하는 행태가 선진국과는 달라요. 객관적이고 투명한, 신뢰성있는 정보보다는 간편하게 얻는 정보의 홍수에 빠지는 거죠."

이런 현실 속에서 도서관의 책임은 더 무겁다. 특히 서울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리는 곳이 아니다. 서울의 다양한 도서관을 진흥하고 시민의 인문적 소양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하는 다양한 역할을 떠안고 있다.   

물론 서울도서관도 아직은 갈길이 멀다. 일례로 서울도서관의 장서수는 35만권으로 뉴욕시립도서관의 1000만권의 3.5% 수준이다. 1년 장서구입예산도 4억원 남짓에 그친다. 2012년에 개관해 지금까지는 기반을 닦는 단계였다. '책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멀리보는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에 새 관장이 방향타를 잡은 셈이다. 
이정수 관장은 "개관 당시 만든 독서문화활성화종합계획을 점검하고 서울도서관을 어떻게 질적으로 성장시킬지 중장기적 플랜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장기계획에는 장서의 양적 확대는 물론 차별화된 장서 확보도 포함된다. 전문사서의 양성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도 시급하다.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협력과 R&D 기능의 활성화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자치구 도서관이 129개에 이를 정도로 많이 늘었지만 아직 변변한 협의기구도 없다.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워킹그룹을 만드는 것도 그의 계획 중 하나다.

할일은 쌓여있다. 올해 초 출판계에는 송인서적의 부도라는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서울시가 13억원을 긴급지원했지만 그렇게 쉽게 풀릴 일이 아니다. 이정수 관장은 "송인서적 부도사태는 따로 움직이던 출판사, 서점, 도서관의 협업체제 전환이 절실함을 보여준다"며 "도서관이 작은 출판사의 좋은 책을 발굴하고 지역서점에 주민들의 발길을 닿게 하는 등 3자의 상생구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위기는 약한 곳부터 찾아온다. 서울시는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조례까지 만들었다. 더 열악한 사각지대는 헌책방이다. 신촌 글벗서점 자리에는 '올리브영'이 들어서고 40년 넘은 1세대 헌책방인 공씨책방은 임대료 인상과 퇴거요구에 불안한 하루를 보내는 게 현실이다.

"사회가 개발논리에 지배되다보니 전통적인 것을 이어나가는 데는 소홀합니다. 수십년 소박하게 운영해온 동네서점과 헌책방들이 없어지면 지역의 향수 역시 사라지는 거죠. 참새가 방앗간에 드나들 듯 동네서점과 헌책방에 주민들에게 뿌리내릴 수 있는 지역명소로 자리잡게 하는 것 등 고민이 필요해요." 

이 관장은 "편한 디지털문화뿐 아니라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구하는 요구도 채워줄 수있어야 한다"며 "전통시장을 살리듯 동네서점과 헌책방을 살리는 정책적,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관심도 강조했다.

서대문에는 외국인관광객 서울관광 가이드북에도 소개되는 '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이 있다. 말로만 익숙했던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도서관을 실현했다. 꾸준한 소통으로 주민들이 도서관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엄마들이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모범이 됐다.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거쳐 인문학 강사로 인기를 끄는 주민도 등장했다. 11년간 그 기틀을 닦은 인물이 이정수 관장이었다. 서울도서관의 앞날에 기대를 걸게되는 이유다.

"올해가 서울도서관 개관 6년이에요. 앞으로 10년을 맞을 때까지 서울시의 대표 도서관으로서 역할을 잘 찾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이정수 신임 서울도서관장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2.16/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이정수 신임 서울도서관장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2.16/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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