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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판별] "DJ가 정몽헌 죽였다"…가짜 판명에도 급속히 확산

'출처 월간조선' 눈속임, 당시 게시자 경찰 수사
2004년 국회의원선거 앞두고 퍼진 허위글 재탕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전민 기자 | 2017-02-18 09:00 송고
편집자주 최근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선거 판도를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가짜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사실 앞에 겸손한 뉴스'를 표방하는 뉴스1이 '가짜뉴스 판별단'을 가동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해 드립니다.
16일 오전 '대한민국 박사모' 다음 카페에 올라온 '김대중의 정몽준 살해' 게시글 일부(캡처:대한민국 박사모 다음카페)© News1
16일 오전 '대한민국 박사모' 다음 카페에 올라온 '김대중의 정몽준 살해' 게시글 일부(캡처:대한민국 박사모 다음카페)© News1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살해했다"는 황당한 내용의 가짜뉴스(Fake News)가 극우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허무맹랑한 내용과 극단적인 주장이 섞인 전형적인 가짜뉴스지만, '대한민국 박사모' 등 인터넷과 SNS를 도배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가짜뉴스의 특징이 기존 언론의 보도라거나 보도된 내용을 인용해 그럴 듯 하게 포장하지만 이 또한 대중을 속이기 위한 거짓인 경우가 허다하다.

뉴스1에 포착된 문제의 가짜뉴스도 월간조선에 보도됐다고 주장했지만 확인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도 수사를 검토 중이다. 
 
16일 오전 박사모 다음카페엔 '김대중의 정몽헌 살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과 같은 내용의 다른 게시글을 합친 조회수는 이날 오후 1000회가 넘어갔고, 댓글도 수십여개 달려있다.
댓글을 보면 "북한에서 사람 보내죽인 줄 알았는데 김대중이 죽였네요" "정말 소름이 끼친다" "경악할 일이다" 라는 반응부터 "뿌리 내린 좌익을 잡을 방법은 태극기 집회 (중략) 태극기 더 들고 힘을 모아 몰아 냅시다" "널리 퍼뜨려주세요" 등 이른바 '태극기 집회' 참석과 게시글 전파를 독려하는 등 각양각색이다. 
 
해당 게시글 댓글 반응.
해당 게시글 댓글 반응. "널리 퍼뜨려주세요" 등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캡처:대한민국 박사모 다음카페)© News1

해당 글은 "정몽헌 회장이 북한과 남한을 오가면서 김대중 정권의 비밀을 깊이 알게 됐다. 특히 김대중이 햇볕정책이란 구실로 북한에 송금한 돈과 비밀리에 송금한 돈의 일부가 김대중에게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적혀있다.
 
또한 "북한이 무기 개발을 위해 기술과 자금을 요구했는데 정 회장이 이를 거부하자 비밀누설을 두려워 한 김대중에 의해 국정원 직원 3명이 그를 반 마취 상태에서 창밖으로 던져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내용을 발췌한 원문 격(格)인 '김일성이 임명한 대남 혁명 사령관 DJ'라는 제목의 본문이 이어진다. 
 
'김일성이 임명한 대남 혁명 사령관 DJ' 글에는 김 전 대통령이 정 회장을 죽였다는 내용 외에도 "좌익혁명에 미쳐있는 김대중의 범죄사실을 폭로한다" "노무현이 탄핵되면 곧바로 시작한다" "김대중을 죽여야 나라가 산다" "우익 군부들의 쿠테타가 일어나야 한다" 등 극단적인 내용이 점철돼있다.

게시글 말미에 출처를 월간조선이라고 밝히고 있어 해당 매체 기사를 인용한 듯 하지만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월간조선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이트에 검색되지 않는 내용으로 우리 기사가 아니다"면서 "기자 이름도 없는 콘테츠를 가짜뉴스로 둔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스1 취재결과, '김일성이 임명한 대남 혁명 사령관 DJ'라는 글은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나흘 앞둔 2004년4월11일 인터넷에 처음 등장한 글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데다가 국회의원 선거 막바지라 허위 비방이 기승을 부리던 때다. 
 
당시 지역선관위는 이 글을 특정 정당 등을 비방하기 위한 허위사실, 흑색선전으로 규정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이후 충남지방경찰청은 이 글을 240여 차례 인터넷에 올리며 전(김대중)·현(노무현)직 대통령을 상습 비방한 안모씨를 긴급 체포하기도 했다.
 
약 13년전 허위사실로 판명나 당국의 제재를 받았던 글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조기대선을 앞둔 정국에 다시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셈이다.
 
당시와 비교하면 SNS 등 다양한 채널이 생겨 파급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졌고, 사회분열이 심해진 것이 더 문제다. 
 
정 회장은 참여정부시절 대북 불법송금사건 관련 조사를 받다가 2003년 8월 현대계동 사옥에서 투신자살했다. 경찰은 당시 유족 동의로 부검을 실시했고 자살·추락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 내렸다.
 
특정인에 대해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가짜뉴스에 대한 내·수사 방침을 천명한 경찰청은 해당 가짜뉴스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정 회장을 살해했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게시글의 실체와 그로 인한 피해 여부, 혐의사실 등을 조사해 내사 또는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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