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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자산가와 위장결혼 수십억 뜯은 꽃뱀 '혼인무효'

법원 허위 혼인신고 인정…양측 이혼조정 효력도 취소
자녀들, 처분재산 받을 길 열려…민사소송서 다툴 듯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2017-02-13 06: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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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있는 80대 재력가와 위장결혼해 재산을 가로채려 하는 등 꽃뱀 행각을 벌인 60대 여성이 형사재판 실형에 이어 이번에는 혼인무효 판결을 받았다. 자녀들의 경우 이 여성이 처분한 치매 아버지의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최은주)는 지난 8일 재력가 A씨(2016년 2월 사망·당시 83세)의 자녀들이 이모씨(63·여)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와 이씨의 2014년 1월 혼인신고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씨가 A씨 몰래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고 이와 관련해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혼인신고 당시 A씨는 81세의 고령이었고 치매가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민법상 무효사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 자녀들이 이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재심 소송에서도 2014년 10월에 A씨와 이씨가 조정을 통해 이혼에 합의한 조서의 효력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와 이씨의 혼인 자체가 없었다고 보면서 혼인을 전제로 한 이혼조정의 효력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A씨 자녀들은 이씨가 처분한 재산도 모두 돌려받게 되며 이씨는 조정 때 합의한 위자료·재산분할 부분도 돌려줘야 한다.
국내 의료·정보기술(IT) 분야에서 유명한 사업가의 아들 A씨는 상속재산과 관련해 형제들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같은 교회를 다니며 이를 안 이씨는 A씨의 90억대 재산을 탐내고 접근했다.

이씨는 2013년 7월 자신을 한의사이자 목사로 소개하며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구인데 평생 옆에서 잘 보살펴주고 함께 하겠다"며 A씨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또 "재산을 그대로 두면 자식들에게 빼앗기니 내게 맡기면 잘 관리하겠다"며 A씨를 세뇌했다.

A씨는 고령으로 건강이 안 좋아지자 그 해 3월 미국에서 뇌수술을 받았는데 이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치매가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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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A씨를 처음 만나고 두 달 뒤인 2013년 10월 A씨에게 유언장을 쓰게 하고 공증을 받았다. 유언장에는 "반평생을 돌봐준 이씨에게 전 재산을 양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씨는 또 A씨가 그의 소유인 서울 종로구 및 경기 광주시 땅을 자신에게 넘긴다는 내용으로 토지양도증서를 쓰게 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범행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2014년 1월3일 A씨와의 혼인신고서를 구청에 내고 위장결혼을 했다. 이후 A씨의 부동산 등 수십억대 재산을 하나둘씩 팔아넘겼다.

이씨는 어느 정도 범행이 마무리됐다고 생각되자 A씨를 통해 법원에 이혼조정을 내게 했다. A씨의 대리인과 이씨가 참석한 가운데 조정이 이뤄졌고 2014년 10월13일에 이혼했다.

이씨는 특히 A씨를 데리고 계속 주거지를 옮겨 다니고 휴대전화 번호를 다섯 차례나 바꾸는 등 A씨가 가족들과 접근하지 못하도록 치밀하게 범행을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자녀들은 2015년 12월 서울가정법원에 이씨를 상대로 혼인무효소송과 함께 이혼 및 재산분할 재심 소송도 함께 냈다.

이씨는 결국 2013년 11월~2014년 9월 A씨의 재산 39억37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지난해 4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 등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서태환)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A씨 자녀들은 지난해 8월에 이씨를 상대로 13억12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냈다. 이 사건은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조양희)가 맡고 있는데 아직 첫 재판 날짜는 잡히지 않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A씨의 재산을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아 넘긴 경우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부동산 등을 산 제3자를 보호해줘야 하는 문제도 있어 법적으로 좀 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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