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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태극기 사용…"표현의 자유"vs"탄핵반대 상징물"

'표현의 자유' 맥락에서 문제 안돼…탄핵정국 거부감 커
'탄핵반대=태극기'…국기에 대한 부정적 감정 확산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2-11 09:00 송고
계엄령선포촉구 범국민연합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탄핵기각 및 계엄 선포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17.2.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에서 태극기가 집회의 상징물로 사용되면서 탄핵을 지지하는 국민들 사이에 태극기에 대한 혐오감이 확산되거나 태극기에 대한 자부심이 줄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집회에서는 태극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태극기도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의사표현의 상징물로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 등이 맞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에서 박 대통령 지지층의 상징물처럼 이미지화 된 태극기 사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단체 태극기 드는 이유…애국심?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태극기가 ‘애국’의 상징이기 때문에 집회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광택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장은 "나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울분을 표출하려면 뭘 들겠나"라며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저항의 의미에서 태국기, 애국가만한 게 어디 있겠나"라고 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태극기는 밤에 내리고 좌파들이 든 촛불은 밤에 켜기 때문에 어둠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을, 모든 증거가 허위라는 것을, 그리고 탄핵은 선동된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태극기를 흔든다"며 태극기를 집회 상징물로 사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탄핵소추 부당성 촉구 기자회견'에서 만난 조원일 전 베트남 대사는 “지금은 국가가 전복되려는 위기로 예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령 식민지가 됐을 때도 몰래 태극기를 만들어 만세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태극기를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탄핵기각 및 계엄령 선포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정향채(63)씨는 집회 참가에 태극기를 가져 오는 이유를 묻자 즉시 "애국"이라고 답했다.

이경규 사단법인 태극기무궁화사랑회 총괄위원장(69)은 "태극기를 든다는 것은 바로 애국 그 의미다”라며 “이념과 사상에 찌든 사람은 태극기를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태극기=박사모' 인식…태극기에 반감과 혐오감으로 

© News1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 아무런 말도 없이 태극기 그림이 올라오자 이를 반대하는 의사표시인 비공감 표시 숫자가 금세 100을 넘어섰다"며 해당 댓글을 캡처한 사진을 꺼내 보였다.

이는 일반 시민들이 태극기를 국기가 아닌 특정 정치집단의 상징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취업 준비 중이라고 밝힌 민규원씨(22)는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안된 상태인데도 현 상황에서도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한 손에는 성조기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집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러려고 나라를 지켰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씨(36)는 "정부기관들의 상징이 태극문양으로 통일됐을 때만 해도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사태로 최순실씨가 태극문양에 주술적 의미를 부여해 정부기관 마크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실망감이 들었고 태극문양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씨(52)는 "손님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태극기 할배’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수인 것 같다"며 "내 주변에도 태극기라는 단어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는 사람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인정…특정집단 심볼로 인식되면서 갈등 확산

법학자와 사회학자들 모두 태극기를 활용해 의사표현을 하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태극기 사용 자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맥락에서 문제될 것이 없지만  태극기를 사용하는 집단이 태극기와 동일시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

장철준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상징물로 태극기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미국에서는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면서 국기를 소각하는 것 마저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태극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오히려 국기를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태도 자체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태극기는 우리의 국기이고 태극문양 역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심볼"이라며 "박사모 등이 태극기를 상징물로 사용해 대통령 구하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시민들의 감정 때문에 태극기까지 미움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촛볼과 태극기로 대립각이 만들어지면서 태극기가 국민 모두의 것이 아니라 일정한 사람들의 심볼로 인식됨에 따라 우리의 고유한 상징에 대한 의미가 왜곡되거나 그에 대한 부정적 리액션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태극기사용 자체가 문제라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탄핵반대를 하는 사람들과 태극기를 동일시함에 따라 태극기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장 교수는 "시민들이 헌법과 국가상징물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가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통령을 옹호하는 측에서 국기를 상징물로 사용하면서 상징에 따라 붙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중립적이고 사회통합적인 논의가 어려워져 사회 갈등이 커지고 결국 국가적으로는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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