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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프라 공략①]美 5년간 1조 달러 투입, 손 놓기 아깝다

발주시장 민간분야 76%로 압도적 우세
표준계약서 無·10만달러 이상 관급공사 슈어티 본드 제출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2017-02-12 06:30 송고 | 2017-02-13 16:38 최종수정
최근 인프라 확충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미국 건설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인프라 개발 사업에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아쉽게도 국내 건설업체의 시장 진출은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관련 제도와 환경 등이 생소하기 때문. 국내 부동산 경기 위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감소, 기존 해외시장 부진 등에 직면한 국내 건설업계 입장에선 1조 달러의 미국 인프라 개발사업을 손 놓고 보기엔 아깝다. 다만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제도·문화가 다른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편집자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10년간 고속도로, 다리, 터널, 공항, 학교, 병원 등 전 방위에 걸쳐 1조 달러(약 115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세부 투자계획은 취임 100일 뒤인 4월말 발표 예정으로 대부분의 구축자금은 민간투자로 조달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인프라 사업 투자 때 세액공제율을 82%까지 높이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확대 정책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미국의 올해 건설시장 규모는 1조2000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지난해 대비 6.5%의 성장이 예상되며 2021년에는 1조40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토목학회 분석에 따르면 미국 인프라 시설의 노후화로 3조6000달러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GDP대비 인프라투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인프라 경쟁력은 10위 내외 수준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건설담당 연구원은 "미국 인프라 투자 증가로 올해 전 세계 건설시장은 과거와 다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국내 주요 공략지였던 중동지역이나 아시아 등과는 다른 입찰조건인데다 대부분 민간투자가 많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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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미국 건설시장에서 공공조달은 2868억 달러(24%), 민간발주는 8858억 달러(76%)로 민간 분야가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인다. 여기에 대부분 금융을 수반한 민관협력(PPP) 방식의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미국 건설 시장에서는 교통 인프라와 에너지 부문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재정 부족 문제와 인프라 구축을 동시 해결을 위해서는 활발한 PPP 프로젝트 추진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월드뱅크 조사 결과 세계 PPP시장은 지난 2005년 402억달러에서 지난해 1146억달러로 최근 10년간 약 3배 규모로 성장했다. 중동 등 산유국에서도 PPP사업은 증가 추세다. 반면 국내 건설업체의 경우 중장기 투자에 대한 부담과 경험부족 등으로 세계 PPP 시장에 소극적이다. 진출실적도 전체 수주규모의 3% 이내에 불과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우리 업체의 PPP 실적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가 리스크가 적은 미국 PPP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호주 등 유망 선진국 건설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진출 기회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기회도 많지만 준비할 것도 많은게 미국 시장이다. 미국 시장은 표준계약서가 없다. 각 주별로 법체계가 달라 50개의 국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국가차원의 통일된 PPP 계약서나 법안이 없으며 국제엔지니어링(FIDIC)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미국간은 물론 미국 내 주별로도 기술사 면허가 호환되지 않는다.

그뿐만아니라 입찰의 기본 조건인 슈어티 본드(Surety Bond)를 발급받아야 한다. 슈어티 본드란 미국 밀러법에 따라 10만 달러 이상의 공공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미국 보험회사로부터 받아야 하는 보증보험이다. 캐나다에서도 시행중이며 중나미 지역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슈어티 본드는 보증인인 보험사가 입찰자 또는 시공업자와 계약상 의무 이행을 발주처에 대해 확약하는 증서다. 미국 공공공사 입찰서류에 첨부해야 하는 필수 서류로 미국 보험회사들이 주로 발급한다. 특히 미국 슈어티 본드는 이행보증과 지급 보증을 동시에 하도록 돼 있다. 이에 입찰된 건설사가 공사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보험사가 본드에 명기된 금액의 범위 내에서 발주처를 구제하거나 발주자가 입은 피해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보증인이 사실상 계약의 제3당자사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서 사용되는 은행의 이행보증서 등과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슈어티 본드는 발급 보험회사가 건설업체의 능력을 평가해 사전 사격 심사의 기능을 하고 있다. 발급조건 역시 다른 국가에서 쓰이고 있는 은행 이행보증서와는 달리 비교적 엄격하고 까다롭다.

이를테면 중동의 경우 통상 1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할 때 10%인 1000만달러의 은행 이행보증서만 내면 되지만 미국 슈어티 본드의 경우 1억 달러 공사 수주때 100%인 1억달러의 본드를 끊어야 한다.

문제는 미국 보험회사가 슈어티 본드를 발급할 때 고려하는 사항이 미국 내 공사 실적 유무라는 점이다. 국내기업은 1970년 현대건설이 알래스카주 교량공사, 삼환기업이 지난 1985년 교도소 건설에 참여한 이후로는 진출실적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슈어티 본드를 발급받지 못하면 공사 참여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장벽"이라면서 "기업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정부 부처간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공사 실적이 있는 현지 건설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법 등을 거론하고 있다"면서 "M&A를 통해 미국 수주 시장에 뛰어 든 후 실적을 쌓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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