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과 미국 달러 지폐© AFP=뉴스1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 조작국 지정 위협에 발빠르게 대응해 실익을 챙기고 있다. 올 들어 달러 대비 위안화는 1% 가까이 올라 마치 트럼프의 비난을 의식하는 듯 움직였다. 하지만 올 들어 교역가중치에 따른 위안화 가치(위안화 인덱스)는 1% 넘게 떨어졌다. 미국이 집중하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높이되 무역가중치에 따른 진짜 위안화 가치는 낮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셈이다.

특히 중국의 주요 무역국들의 통화를 묶은 통화바스켓에 최근 한국 원화를 비롯한 11개 통화가 추가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원화는 지난해 4분기 달러 강세에 따라 9% 가까이 급락했으나 올 들어 5% 넘게 뛰었다. 원화 급등은 올해 위안화 인덱스 하락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 위안화 스위트 스팟 안착…환율조작국 지정 막기

블룸버그는 8일 중국이 위안화의 '스위트 스팟(최적점)'에 안착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달러 대비 위안화를 충분히 높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를 방어했다. 동시에 위안화 인덱스는 떨어져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높아졌다는 평가다.

베이징에 위치한 리서치업체 CEBM 그룹의 중졍셩 디렉터는 단기적으로 위안화의 '허니문'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재정부양에 대한 전망이 더욱 분명해지기 이전까지 달러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6일 투자 노트에서 "달러 대비 위안이 안정 혹은 랠리를 유지하면서 통화바스켓 대비 위안은 조용하게 떨어지는 것이 가장 유망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가 떨어지는 시기에 위안을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은 종전에도 목격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상항에서 가지는 함의는 크다.

특히 주중 미국 대사로 내정된 테리 브랜스타드 아이오와 주지사가 최근 위안화가 예상보다 강해졌다는 것을 트럼프가 인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의 최근 발언을 봐도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환율정책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오는 4월 15일 공개한다.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방지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 지폐를 살피고 있다. 2016.12.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위안화 인덱스 하락…수출 경쟁력 확보

달러 대비 위안은 지난해 4분기 4% 정도 떨어졌지만 올 초 이후 거의 1% 올랐다. 하지만 주요 이머징 통화를 보면 위안 상승세는 미미해보인다. 특히 올 초 이후 한국 원화는 달러에 비해 5.3% 급등했다. 달러가 전반적 강세를 보였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대조적이다. 원화는 지난해 4분기 동안 8.8% 밀렸다.

특히 원화는 위안화 인덱스의 통화바스켓에 가장 최근 편입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한 달 가량 지난 12월 말 중국은 위안화 인덱스 개편을 단행했다.

통화바스켓에는 원화 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멕시코 페소, 터키 리라 등 11개 통화가 추가로 들어가 모두 24개로 늘었다. 새로운 통화가 들어가면서 달러의 비중은 다소 줄었다.

개편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위안화에 가해진 하락 압박을 덜어내 자본 유출을 억제하는 조치로 해석했다. 블룸버그의 위안화 인덱스는 올 초 이후 1.2% 떨어졌다. 

올해 1월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밑으로 감소했지만 줄어든 폭은 123억달러를 기록해 전월(410억달러)에 비해 거의 1/4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작은 감소폭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롭게 요새화한 통화 만리장성"이 일단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위안화는 3월 양회 전후까지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청 스탠다드차타드 전략가는 예상했다. 그는 "중국 정책 결정자들은 2월과 3월 위안화의 변동성 확대를 억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 동안 시장이 위안화에 포커스를 두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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