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아들과 관계 끊겠다" 소송 낸 부모…법원 "자격 안돼"

의사 부부, 교수 아들 상대 소송냈지만 '각하' 판결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2017-02-05 06:50 송고 | 2017-03-28 14:27 최종수정
© News1
© News1
아들이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해 사이가 나빠지자 보험금과 유학비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가 진 의사 부모가 이번에는 아예 아들과의 연을 끊겠다며 소송에 나섰지만 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22부(부장판사 한창훈)는 A씨 부부가 "부모·아들 관계를 끊게 해 달라"며 아들 B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각하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경우 본안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소송 자체를 끝내는 것을 뜻한다.

재판부는 현행 법률상 부모자(父母子) 관계를 아들이 태어난 시점부터 끊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A씨 부부는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들 B씨는 2010년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이에 A씨 부부는 수시로 아들의 집과 직장을 찾아가 소란을 피우고 B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벽보를 아파트와 엘리베이터 등에 붙였다.
A씨 부부는 아들 내외를 비방하거나 파멸 등을 경고하고 자살을 권유하는 등의 폭언이 담긴 전화를 B씨에게 반복적으로 하고 문자를 보내는 등 괴롭혔다.

또 서울의 유명 대학 교수인 아들을 징계하라며 총장·이사장에게 여러 차례 탄원서를 내기도 했고 대학 앞에서 B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도 했다. 

이에 B씨는 2011년 5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며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A씨 부부의 행위를 막았다. B씨는 이 과정에서 A씨 부부를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A씨 부부는 가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제소명령을 신청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법원은 "A씨 부부는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과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다시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A씨 부부는 아들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을 B씨가 중간에 해약하고 2억7000만원을  타 가자 받을 권리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 또 B씨가 미국에서 5년간 유학할 때 보낸 학비와 생활비 등 5억원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부부가 보험금을 낸 것만으로 보험 계약자와 만기 시 수익자가 A씨 부부라는 증거가 없다"며 "B씨가 유학비를 부모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사실도 없다"고 기각했다. 이 판결은 2012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A씨 부부는 결국 아들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아들이 태어난 때부터 모든 부모·아들 관계를 끊게 해 달라고 2015년 5월 소송을 냈다. 이미 발생한 모든 권리·의무를 잃게 하고 앞으로도 절대 주장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재판부는 우선 "A씨 부부와 B씨 사이에 일반적인 부모·아들 관계에서는 보기 힘든 극심한 분쟁이 계속됐고 그 관계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파탄에 이른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부모자 관계를 아들의 출생 시로 소급해 끊게 해 달라는 것은 법률에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법률에 규정이 없기 때문에 부모자 관계를 더 유지하는 게 A씨 부부에게 고통만을 주더라도 그 단절을 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론 보도]
이 기사와 관련해 A씨 부부는 "수시로 아들의 집과 직장을 찾아가 소란을 피우고, B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벽보를 아파트와 승강기 등에 붙였고 비방하고 저주하고 심지어 자살을 권유하는 등의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dhspeopl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