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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여성검침원들이 시위에 나선 까닭은?

월 125만원 받고 매일 5~6시간 걸어서 업무
시 임금기준, 세전 월 163만원…사측 "참고자료"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7-02-02 17:18 송고 | 2017-02-02 17:43 최종수정
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도시가스 강북5고객센터 검침원들이
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도시가스 강북5고객센터 검침원들이 "도시가스 검침원 노동실태를 책임지라"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News1

"저희는 가스누출을 점검하고 사용량을 검침하는 검침원입니다. 휴일에 쉬지 못하고 밤낮 구별 없이 일해도 정해진 할당량을 채우기 버겁습니다. 우리가 받는 임금은 월 120만원입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진 2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여성검침원들의 1인 피켓시위가 이어졌다. 발을 동동 구를 만큼의 추운 날씨지만 1인 시위를 이어가는 검침원들은 피켓을 든 두 손을 꼭 움켜쥔 채 서 있다.
피켓시위에 나선 이들은 검침·점검·고지서배부를 주업무로 하는 서울도시가스 강북5고객센터 소속 여성검침원들이다. 시위현장에는 서울 검침원들의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행정직과의 차별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담은 피켓이 준비돼 있다.

2014년부터 이 일을 하고 있는 박정래씨(54·여·가명)는 자신의 한달 임금 실수령액이 125만원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마저도 식대 6만원과 교통비 5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박씨는 "버는 돈은 적지만 일하는데 들어가는 돈(부대비용)은 많이 들어간다"며 "하루 8~10시간 근무에 매일 4~5시간을 꼬박 걸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좋은 신발을 써야 발이 버틸 수 있는데 그마저도 3개월이면 신발이 다 닳는다"고 하소연한다. 겨울 방한용품, 작업용장갑, 멀리서 계량기를 확인하기 위한 망원경 등 개인이 따로 구매해야 하는 장비가 많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에서 근무하는 한창금씨(50·여)도 아침 8시부터 나와서 저녁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검침을 위해 고객에게 문자를 100통 보내면 답변 오는 건 10통 정도"라며 "시간을 맞추다 보니 새벽부터 나가거나 밤 10시에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고민은 낮은 임금과 고된 업무강도 뿐만이 아니다. '저녁에 만나서 술 한잔 하자'는 문자를 받거나 방문했을 때 속옷차림으로 문을 열어주는 남성들도 있다.

하지만 성희롱을 당해도 대응하지 못한다. 정화숙씨(55·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들뿐"이라며 "검침·점검업무를 계속 원활히 하기 위해선 고객들과 싸울 수도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도시가스 강북5고객센터 검침원 33명 중 20명은 지난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은 사측이 서울시에서 제시한 임금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식대·상여금 등 처우도 행정직과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공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도시가스검침원들의 월평균 급여는 세전 163만원이 넘어야 한다.

이에 대해 강북5고객센터 사측은 임금과 처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시 문서에 제시된 수치는 참고자료일 뿐 임금기준은 될 수 없다"며 "관할 지역인 종로, 서대문, 은평구 일대가 주택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어 다른 지역보다 검침원이 더 필요하다 보니 임금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역 5개 도시가스 공급업체 중 하나인 서울도시가스는 서울에서만 고객센터 14곳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계약이 각 고객센터 차원에서 이뤄지다보니 검침원들에 대한 임금·처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강북5고객센터 사무실 앞에 검침원들이 작성한 항의 문구가 부착돼 있다. © News1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강북5고객센터 사무실 앞에 검침원들이 작성한 항의 문구가 부착돼 있다. © News1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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