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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념·정파’ 초월 박원순, 왜 대선 꿈을 접어야 했을까

1년 반 전 지지율 1위에서 대선 불출마 결심까지
총선 후 정세 급변·전략적 시행착오도 작용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7-01-26 15:54 송고 | 2017-01-27 08:56 최종수정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4.5.22/뉴스1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4.5.22/뉴스1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5년 6월 메르스사태 당시 과감한 대응을 펼쳐 갤럽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17%로 차기 정치지도자 1위에 올라 ‘야권의 희망’으로 주목받던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그가 26일 당내 경선도 가보지 못하고 끝내 대선 불출마를 결심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기성 정치권의 벽은 높았다. 박 시장은 정치인의 성공 공식인 ‘지역·이념·정파’와 거리를 둔 삶을 살아왔다. 여의도 정치 일선에 몸담은 적도 없다. 정치색이 비교적 옅은 지방선거와 서울시정에서는 민심을 얻었던 철학이 대선 레이스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정세의 급변도 적지않게 작용했다. 지난해 총선을 기점으로 야권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의외의 환경이 조성됐다. 박 시장은 정파적 색깔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포용력과 소통능력, 사회적 이슈를 선점하는 감각을 갖춘 점이 최대 강점이었다. 재선을 이룬 지방선거에서도 강남3구에서 우위를 점하는 등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까지도 끌어들일 수 있는 확장성 면에서 야권인사 가운데 발군이었다. 박근혜정부가 순항하고 야권이 고전하는 상황에서는 대안으로 떠오르기 충분했다.   

야권이 총선에서 16년만에 여소야대 의석 분포를 달성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상이 강화되고 민주당의 정국 주도권이 회복되자, 박 시장의 입지는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야권의 정권교체 기대가 높아지면서 ‘야성과 세력’이 확실한 인물 주변으로 지지세력이 몰렸기 때문이다. ‘박원순 사람’으로 꼽혔던 인물들도 대부분 공천에서 탈락해 여의도에 입지를 마련하는 데도 실패했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 펼쳐진 촛불정국도 ‘대선주자 박원순’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 집회에 거의 매일 참여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등 보폭을 넓혔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선명성이 강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집중됐다. 더민주 대선주자 경쟁구도도 문재인-이재명으로 저울추가 기울었다. 정치적 위기상황에서는 신속하고 피아 구분이 확실한 메시지가 힘을 얻지만 소통과 과정을 중시하는 긴호흡의 박 시장과는 맞지않았다.      
대통령 탄핵 국회 가결로 대선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전략적인 오판도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세가 역효과를 봤다. 박 시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청산대상 기득권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오히려 지지층이 이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온건했던 평소의 모습과 다른데다 대선을 앞두고 분열을 우려하는 야권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던 것이다.        

일부 보수층의 집요한 견제도 내상을 가져왔다. 확장성을 가진 박 시장을 경계한 보수층은 임기 내내 가족문제 의혹부터 세부적인 서울시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설수를 만들었다. 일리있는 지적도 있었지만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가랑비에 몸이 젖듯’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였다는 주장도 있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활동 때부터 시민운동가 시절, 서울시장 당선 이후 다양한 도전을 펼쳤지만 대부분 큰 실패없이 바라던 결과를 얻어왔다. 이번 대선 불출마는 그의 삶에서 보기드문 경험으로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 여정 동안 확인한 민심도 되돌아보고 성찰하면서 미래를 구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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