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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뮤지엄' 진통앓는 국립현대미술관

조직개편 놓고 내홍…서울관 간부 잇단 사직
2월 개막예정이던 '앤디워홀'전도 무기한 연기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1-16 08:50 송고 | 2017-01-16 14:41 최종수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News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News1

올해 외국인 관장 체제 2년차에 접어든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연초부터 진통을 앓고 있다. '하나의 미술관'(One museum)이라는 기치 아래 과천관, 서울관, 덕수궁관 3관의 분산된 인력과 직제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와중에 서울관 운영부 간부들이 잇달아 사직하면서 조직 내부의 갈등을 암시하는 폭로성 글까지 나온 것이다. 여기에 당초 2월 개막 예정이었던 '앤디 워홀:그림자들'전까지 무기한 연기돼 뒤숭숭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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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간부들 잇달아 사표
미술계 일각에서는 기존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에서 벗어나 운영에 독립성을 갖는 '법인화'를 염두에 둔 조직개편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미술관 측은 일단 선을 그었다. 지난 16일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공식 자료를 내고 "조직개편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미술관의 업무운영 효율화를 위해 의지를 갖고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법인화 추진과는 무관하다"며 "조직개편안은 현재 관련부처와 협의 중이며, 확정 되는대로 목적, 방향과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측은 또 "조직개편시 본관과 분관의 개념은 사라진다"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서울관, 덕수궁관으로 명명되고, 각각 특화된 기능과 역할에 따라 운영될 것이며, 이를 위해 서울관, 과천관에 분리돼 있던 학예분야와 행정지원(기획운영) 분야를 융합해 업무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시기 서울관 운영부 간부직들의 잇달아 사직하면서 조직개편을 둘러싼 내홍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월 초 돌연 사표를 제출한 이지윤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운영부장이 의원면직된 데 이어, 조진근 서울관 운영부 전시기획1팀장이 계약 만료로 미술관을 떠났고, 규정에 따라 운영부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 김장언 전시기획2팀장까지 12월말 사표를 제출하고 올해 초 의원면직 됐다.
특히 김장언 전 서울관운영부 전시기획2팀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조직개편은 미술관 길들이기이며, 행정·학예 부서장 등 일부 미술관 기득권이 이에 부응하거나 묵인하며 조직개편에 동조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폭로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미술관 측은 "조직개편은 마리 관장이 지난해 3월 밝힌 대로 '하나의 미술관'이라는 운영방향에 부합하도록 진행중인 사안"이라며 "'행정편의적 조직개편' '문화체육관광부의 길들이기' 등의 주장은 퇴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 놓은 상태다.

간부급들의 잇단 사직으로 서울관 운영부는 공백 상태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이들 직책에 대한 신규 채용 공모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관 운영부가 사실상 폐지되고 과천관 중심의 '원뮤지엄' 구축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3년 11월13일 서울관을 개관하고 한달 뒤인 12월 서울관 운영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신설된 서울관 운영 관련 직위에 대한 공개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미술계에서는 서울관 운영부를 따로 두고 '부관장급' 운영부장 자리를 새로 만든 것을 놓고 특정 인사를 데려오기 위한 것 아니었냐는 '뒷말'이 돌기도 했다. 직급을 높인 전문 임기제 계약직 중심의 서울관 운영부는 기존 과천관 학예실과의 갈등설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1년 계약직이 70% 이상인 서울관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 역시 갈등의 단초가 됐다. 

미술계에서는 "서울관 출범 당시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잡는 과정으로써 '원뮤지엄' 조직개편은 바람직하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미술관의 과제인 법인화와 더불어 고용불안에 놓인 직원들의 처우 안정성 등도 심도있게 다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미술계 한 인사는 "법인화를 당장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조직개편이라 할지라도 '밀실'에서 추진할 것이 아니라, 미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앤디 워홀 전시는 무기한 연기됐다. 앤디 워홀이 50세가 되던 1978년 제작한 '그림자들' 연작을 선보이는 것으로, 총 102점으로 이뤄진 실크스크린 회화를 공개하는 전시였다. 뉴욕, 파리, 상하이를 거쳐 한국에 들어오는 순회전인데, 일정이 어긋나면서 예정된 날짜에 전시를 치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앤디 워홀 전시는 관계 기관과 운영상의 이슈들을 협의 중이며, 개막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관 첫 전시는 3월 '신소장품2013-2016'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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