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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왜 미용실 문을 잠갔을까…도봉 미용실화재 사망사건

주민들 "50대 남성, 관계 틀어지자 시너 뿌리고 방화"
경찰 "'연인관계' 확인 안 돼…섣부른 추측 자제를"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최동현 기자 | 2017-01-14 10:00 송고
도봉 미용실 화재 사망 사건 당시 진화 모습. (서울 도봉소방서 제공) © News1
도봉 미용실 화재 사망 사건 당시 진화 모습. (서울 도봉소방서 제공) © News1
"불이야! 누가 불 좀 꺼요! 안에 사람이 있어요!"

지난 9일 오후 5시12분쯤 서울 도봉구의 평화로운 주택가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빌딩 1층에 위치한 H미용실의 전면 유리가 터져나가고 이어 거센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불길로 휩싸인 미용실 안에서 한 여성의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최초 신고자이자 목격자 김모씨(48·여)는 "폭발음을 듣자마자 불이 난 미용실 앞으로 달려갔다"며 "119에 화재신고를 하고 주변에 '불을 꺼달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에 있던 남성 2명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안에서 '아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체념한 듯 비명은 흐느끼는 소리로 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곧바로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화재는 10분 만에 진화됐지만 7평 남짓한 건물 안에 있던 미용실 원장 박모씨(53·여)와 설비업자 A씨(52)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모두 매연에 의한 질식사였다.
사고 이후 경찰은 소방당국 및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11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에 걸쳐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또 두 사망자의 부검이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뤄졌다.

감식결과, 당시 현장에는 미용실 출입문이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시너 통이 발견됐다. 또 사망한 2명의 타다 남은 옷과 현장바닥에서 유류성분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씨가 페인트판매점에서 17ℓ짜리 시너 1통을 구입해 차량 트렁크에 싣고 미용실 바로 앞으로 이동해 주차한 뒤 트렁크에서 시너를 꺼내는 장면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밀폐된 미용실 안에 시너가 뿌려져 유증이 발생된 상태에서 점화돼 순간적으로 폭발하면서 불이 나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봉 미용실 화재 사망 사건 현장감식 모습./뉴스1 © News1
도봉 미용실 화재 사망 사건 현장감식 모습./뉴스1 © News1
◇주민들 "박씨와 A씨, 초교 동창…최근 다투는 모습 자주 보여"

A씨가 시너통을 들고 미용실로 들어간 직후 불이 났다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말했다. 이웃 주민들은 "사망한 두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 관계"라고 전했다.

사망한 박씨와 평소 알고 지냈다고 밝힌 민모씨(65·여)는 "박씨가 3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초등학교 동창인 A씨와 교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 둘 사이에서 다툼이 잦았다고 들었다"며 "A씨가 참하고 얌전한 박씨를 따라다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초 신고자 김씨도 "사고 직전인 오후 5시쯤 A씨가 화가 난 표정으로 미용실로 들어왔다고 (손님에게) 들었다"며 "마침 미용실을 찾은 손님을 A씨가 막아서고 '영업 끝났다'는 말과 함께 미용실 문을 잠갔다"고 말했다.

민씨는 "사고 직전 미용실 인근 교회를 방문하고 돌아가던 주민 C씨가 미용실 옆을 지나다가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비명을 들었다고 나에게 얘기했다"며 " C씨가 미용실 쪽을 바라보니 밖으로 도망치려는 박씨를 A씨가 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들려주었다"고 설명했다. 그 직후 폭발음과 함께 미용실에서 화염이 솟았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최근 박씨와 A씨가 자주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며 "박씨가 A씨를 피하자 직접 찾아와 미용실 문을 잠근 뒤 시너를 뿌리고 도망치려는 박씨를 끌어안고 분신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도 "박씨와 A씨의 주검이 서로 엉켜 있었다"며 "A씨가 박씨 위에서 포개진 자세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뉴스1 DB.
/뉴스1 DB.

두 사망자의 관계에 대한 다수의 주민들 증언에도 경찰은 섣부른 추측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망자의 사적 관계에 대해 전해 들었으나 이는 '소문'일 뿐"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사자(死者)의 명예나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시켜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감식결과, A씨가 시너통을 미용실에 반입한 이유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시너를 뿌렸는지 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정확한 사고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인을 대상으로 계속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두 사람의 시신은 11일 오후 3시 부검이 끝나고 절차에 따라 유가족에게 인계됐다.

박씨의 장례는 13일 오전 평소 그가 다니던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그의 장례미사는 눈발이 흩날리는 날씨 속에서 자녀들과 100여명의 조문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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