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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트럼프는 물불 안가리는데…한국은 일자리 공약 실종

고용 절벽 현실화…정치권은 경제민주화 구호에 몰두
트럼프는 일자리 속속 챙겨…정도는 아니라 해도 시사점 커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7-01-11 17:09 송고 | 2017-01-11 17:29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잭마 알리바바 회장과 회동한 후 로비에서 기자들에게 대화 내용을 전하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잭마 알리바바 회장과 회동한 후 로비에서 기자들에게 대화 내용을 전하고 있다.  © AFP=뉴스1

우리나라가 최악의 고용 절벽 상태에 빠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서 15~29세 청년층 실업자 수는 43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2000년 통계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청년실업자가 4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4년(41만2000명) 이후 12년 만이다. 
청년실업률도 지난해 9.8%를 기록하며 통계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청년실업률(7.2%)보다 2.6%포인트 높다.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전체 실업자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실업자는 101만2000명으로 전년대비 3만6000명(3.6%) 증가했다.

올해는 상황이 나아질까.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대통령 탄핵정국 속에서 '경제'는 뒷전이 됐다. 관심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특별검사팀 행보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여부에 쏠려 있다. 국회는 청문회와 대선준비에 정신이 팔려 있다. 통수권 공백 속에 외교도 사실상 실종돼 동네북 신세가 됐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재벌 개혁'을 공약 1호로 앞세우고 있다. 4대 재벌, 10대 재벌 등 특정 기업을 겨냥한 입법까지 내놓겠다고 말하고 있다. 성장에 대한 고민은 실종되고 분배구호만 일방적으로 난무한다. 일자리 창출 공약은 사실상 없다. 고작해야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자는 정도다. 

새 대통령을 맞이한 미국은 일자리라는 실속을 속속 챙기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트럼프 한마디에 투자와 일자리 약속을 경쟁적으로 상납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원리를 벗어난 팔목 비틀기라고 비난하지만 미국인들은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에서 일자리를 5년간 100만개 창출하고 미국 중소기업 제품을 중국과 아시아시아에 팔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윈 회장은 경색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외교적 효과도 거뒀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도 트럼프에 속속 굴복했다. 미국 포드는 트럼프의 트위터 한마디에 16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공장 건설을 포기하고 미시간주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역시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에 더 투자하고 20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미국에 공장이 있는 일본 토요타도 5년간 1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 압박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미국에 가전공장을 세우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중국 동남아 대신 미국 현지 생산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트럼프의 관세부과 압박에 미국 공장 설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말았다. 

일자리 창출의 근간은 투자 활성화와 국내 공장 유치, 규제완화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것도 따지고 보면 기업들의 해외 이탈에서 시작됐다. 처음은 중국이었고 그다음은 동남아, 인도 등 신흥시장으로 일본 기업들이 떠났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역내 생산 이익을 얻기위해, 보다 낮은 생산비를 얻기 위해 지금도 국내기업들은 해외로 가고 있다. 그것을 붙잡기 위해 각종 혜택을 줘서 눌러앉혀도 시원찮을 판이다. 하지만 재벌 특혜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면 이같은 규제 완화는 거절되거나 무관심으로 방치된다. 

대통령 탄핵국면속에서 노동시장 개혁은 물론이고 투자활성화, 규제완화라는 말은 정치권에서 금기어가 됐다. 기업들에게 국내에 공장을 짓도록 하기 위해 당근과 함께 채찍을 드는 강단 있는 정치인도 보기 힘들다.

대선후보들은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해 중소기업이 살아나는 경제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영화관을 금지하겠다는 입법 발의도 있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으면 서민경제가 잘 돌아갈 것이란 주장은 그럴싸해 보인다. 

이미 해봤고 이미 실패한 정책들이다. 대기업 영화관을 막으면 중소영화관이 생길 수 있을까.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방지는 결국 외국 기업에게 시장을 열어준 꼴이었다. 소액주주에 대한 권한강화, 대표소송제 등을 도입하면 외국계 투기 자본에게 우리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셈이다. 이미 수차례 경험한 일들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미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에 투자하라'는 말이다. 정도가 아니어도 '일자리 창출'이란 목적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게 지도자의 리더십 아닐까.


xp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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